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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가 괜히 정치하고 대통령 했다”

등록 2009-05-25 07:30수정 2009-05-25 08:17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오전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전대통령 분향소에서 합천 해인사 스님350여명과 참배하던 아들 건호씨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째인 24일 오전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노전대통령 분향소에서 합천 해인사 스님350여명과 참배하던 아들 건호씨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투신하기 전 ‘고통의 나날’
‘나 때문에…’ 자책에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워
서거 3~4일 전 수차례 “너무 힘들다, 죽고싶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끝 모를 고통’을 토로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고 했다. “퇴임 이후 성공한 농부가 되고 싶다”던 약속대로, 평범한 ‘시골 촌부’로 지내던 그를 이토록 큰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노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했던 이들은 “노 전 대통령께서 끊었던 담배를 최근에 다시 피우기 시작했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노 전 대통령의 고뇌가 컸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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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퇴임 뒤 줄곧 봉하마을에서 그를 보좌했던 김경수 비서관은 24일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 게이트’가 불거진 지난달 7일 이후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했다”며 “사실상의 연금 상태로 육체적·정신적으로 아주 힘들어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검찰 소환 뒤에는 사건이 끝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며 “봉화산 등산을 대단히 좋아하셨는데 지난해 말 형님(노건평씨) 사건 이후로는 거의 산에 오르지 못하셨으니 얼마나 답답하셨겠냐”고 말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해 말 건강검진에서 금연을 강력히 권고받고, 권양숙 여사도 금연을 권고해 결국 담배를 끊었는데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다시 줄담배를 피우셨다”며 “최근에 ‘내가 괜히 정치를 하고 대통령을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다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며 괴로워하고 자책하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한 23일 분향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서 딸 정연씨가 눈물을 흘리며 헌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한 23일 분향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에서 딸 정연씨가 눈물을 흘리며 헌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검찰 조사 직후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 만났다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대통령께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그런 진술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사실이 아닌 게 많다. 그들은 재판 과정에서 나를 망신 주려 할 것이다. 어쨌든 재판 과정에서 따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대통령께서는 특히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나를 돕다가 그런 꼴을 당한 것’이라며 가장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최근에 자녀들까지 검찰 조사를 받게 되자 더욱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27일 양산 부산대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1박2일 일정으로 건강검진을 받은 노 전 대통령은 수시로 이 병원의 주치의인 조몽 교수에게 건강상태를 점검받았다. 서거 일주일 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근무하는 박은아 비서관으로부터 “노 전 대통령이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을 하셔야 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 쪽에서 병실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대통령께서 입원을 원하시지 않는다”고 해 예약을 취소하기도 했다. 서거 3~4일 전에는 노 전 대통령이 고향 친구 이아무개씨 등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의 초등학교 1년 후배이자 부인 권양숙씨의 1년 선배인 이재우(63) 진영농협 조합장은 “대통령께서 너무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지난 20일 저녁에 통닭 두마리와 소주를 사들고 사저에 찾아가, 아들 건호씨까지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왔다”며 “특별한 말씀은 없었지만 대통령께서 가끔씩 웃으셨고, 권양숙 여사도 비교적 밝은 표정이어서 조금은 마음을 놓고 왔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했다.

김해/이수윤 박창식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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