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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충격과 슬픔, 반으로 나누는 자원봉사

등록 2009-05-25 20:06수정 2009-05-26 16:02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회원들과 진영농협 고향사랑주부모임 회원들이 25일 낮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김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 회원들과 진영농협 고향사랑주부모임 회원들이 25일 낮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 앞에서 조문객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김해/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전국에서 온 수백명 안내·청소·음식준비 맡아
“조문객 맞느라 정작 우린 슬퍼할 겨를 없어요”
[하니뉴스] 부엉이바위 앞 조문행렬 “시간 갈수록 더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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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슬픔에 잠긴 봉화마을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들은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는 자원봉사자들이다. 자원봉사자 수백명은 하루 10만여명의 조문객이 찾는 봉하마을 분향소를 깨끗하게 치우고 음식을 제공하며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다. 또 조문객에 ‘근조’ 띠를 나눠주고 방명록에 추모의 글을 받는 일도 한다.

무료급식 봉사를 맡고 있는 이 지역 새마을 부녀회장 최금희(44)씨는 25일 “조문객들을 맞느라 우리는 슬퍼하거나 울 겨를도 없다”며, 음식 장만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수만명의 조문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하루 3만명분의 쇠고기국밥을 끓인다. 여기에는 콩나물 50동이와 무 1.5t이 들어간다.

이들은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생각에 몸의 수고로움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녀회 김영숙(60)씨는 분주하게 콩나물을 다듬으며 “가슴은 아프지만 우리 고장을 찾는 사람들이 힘들지 않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문객들을 위한 음식 마련에는 부녀회원뿐 아니라 대한적십자봉사회 김해지구 협의회, 고향을 사랑하는 주부모임(고사모), 한국자유총연맹 진영지부, 지역 의용소방대원 등 2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조문객들이 먹고 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역시 자원봉사자들의 몫이다. 김해 장유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김원경(49)씨와 이상수(48)씨는 지난 24일 새벽 4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난 뒤 봉하마을을 찾아와 빈소 이곳저곳을 청소했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씨는 “뭔가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오히려 뿌듯하다. 영결식 때까지 매일 나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슬픔에 빠진 조문객들을 맞는 것도 자원봉사자들의 일이다. 안내를 맡은 김해시 자원봉사대는 추모객들에게 하얀 국화를 나눠주며 분향소로 안내했다. 분향소 자원봉사대의 이아무개(56)씨는 “분향소를 안내하다가 슬피 우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며 “비통해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조문객들이 건강이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봉하마을에는 ‘자원봉사자를 위한 자원봉사자’도 있다. 부산에서 서거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는 김아무개(63)씨와 이아무개(55)씨는 자원봉사자들이 쉴 때 이들에게 음식과 음료수를 가져다주는 일을 한다. 이씨는 “이번에 처음 봉하마을에 와봤는데, 뉴스에서 본 것과 달리 너무 작은 마을이라 놀랐다”며 “하지만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은 참 크더라”고 말했다.


봉하마을 빈소의 이런 모습은, 생전에 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원동력이었던 ‘자발적 지지’와 맥락이 닿는다. 최 부녀회장은 “누가 ‘해 달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는 일”이라며 “힘이 들어도 영결식 때까지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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