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덕수궁 앞 ‘시민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그대를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내 마음 아는지 하늘엔 비가…”
“내 마음 아는지 하늘엔 비가…”
[하니뉴스] 아주 떠나버리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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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지켜드리지 못했지만, 그대가 힘들 때 곁에 있지 못했지만, 그대 없음을 슬퍼하지 않으렵니다.”(김경수·봉하마을)
가슴속에 움켜쥐었던 말들이 하얀 종이 위에 쏟아졌다. 뜨거운 햇볕 아래 펜을 든 누군가는 숨죽여 흐느꼈다. 누군가는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조의록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그리움이 한 자 한 자씩 새겨졌다. 뜻이 절절하니 글은 시가 됐고, 그래서 조의록은 시민들이 함께 만든 ‘추모시집’이 됐다. 26일까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100여권, 서울역 분향소에 300여권의 조의록이 추모객들의 글로 채워졌다.
“당신 떠나시는 길 마음껏 울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늘이 읽었는지 떠나시는 그날엔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선 시민들이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고백을 수백장의 종이에 써 덕수궁 담벼락과 시청역 지하도 등에 붙였다.
이름 없는 ‘장삼이사’들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학생, 직장인, 노인까지 펜을 잡았다. “제가 꼭 뜰 아래 자갈처럼 살아남아서 세상의 기초가 되겠습니다.”(서울역사박물관) “비바람 부는 들판에 홀로 계시게 해 죄송합니다.”(서울역)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누가 당신에게 우리를 놓고 가시라고 했습니까. 누가 당신 보고 우리를 버리고 가시라고 했습니까.”(봉하마을)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글귀는 조의록 수백장에 채워졌다. “부산에선 그냥 돌아섰습니다. 영정 앞에 설 자신이 없어 하루 만에 서울역에 닿아 국화를 한 송이 놓고서야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서울역)
함께한 사람들의 글을 보며 추모객들은 다시 눈시울을 적셨다. 봉하마을에서 이해학 6월항쟁계승사업회 대표상임이사는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온몸으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뜨겁게 격려하고 지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서울역에서 눈물을 흘리며 조의록을 쓴 김아무개(39·여)씨는 “이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여기에 쓰여진 글들을 사람들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 오면, 원 없이 울고, 원 없이 투정 부리고, 속이라도 후련해져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화가 나고, 미안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평화롭게 사시도록, 내버려두지…/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지수행·봉하마을) 이완, 김해/권오성 기자 wani@hani.co.kr
“여기 오면, 원 없이 울고, 원 없이 투정 부리고, 속이라도 후련해져서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화가 나고, 미안하고,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평화롭게 사시도록, 내버려두지…/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지수행·봉하마을) 이완, 김해/권오성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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