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할 당시 동행한 이아무개 경호과장(왼쪽)이 26일 오후 부엉이바위 쪽 현장을 둘러본 뒤 얼굴을 가린 채 동료 경호원과 함께 사저 쪽으로 걸어가고 있다. 김해/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 전 대통령 ‘투신 직전’ 행적 재조사
경호원 문책 피하려 거짓말 가능성
경찰 초동수사 부실로 의문점 증폭
경호원 문책 피하려 거짓말 가능성
경찰 초동수사 부실로 의문점 증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 마지막 행적이 경찰 발표와 다른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발언, 투신에 이른 경위, 병원 후송 과정 등에 대한 전면 재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26일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 이아무개 경호관을 상대로 밤늦게까지 조사를 벌여,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할 당시 곁에 있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거 당시 행적에 대해 이 경호관의 진술이 수시로 바뀌고, 천호선 전 홍보수석에게 전한 말과도 달라 재조사를 벌여 거짓 진술을 했다는 시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당시 이 경호관이 본부에 ‘(노 전 대통령을) 놓쳤다’, ‘보이지 않는다’고 무전 교신을 한 내용 등을 근거로 이 경호관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말을 종합하면, 노 전 대통령은 투신 지점인 부엉이바위에서 200여m 떨어진 정토원까지 간 뒤 경호관에게 “정토원장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을 따돌리고 부엉이바위 쪽으로 먼저 내려갔고, 경호관이 급히 뒤따라 갔으나 노 전 대통령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경찰은 두 차례 수사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 경호관과 함께 있다가 갑자기 뛰어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에 ‘담배 있어요?’,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등의 말을 남겼다는 사실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도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 놓친 뒤 당시 상황을 지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경호관이 거짓 진술을 한 이유는 뭘까? 먼저 노 전 대통령의 경호에 실패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거짓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진술대로 노 전 대통령이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기자인가”라고 말해 경호과장의 주의를 돌린 뒤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면 경호과장의 경호 실패 책임은 상당 부분 덜어진다. 그러나 함께 산행하던 도중에 경호과장이 노 전 대통령을 놓쳤다면, 노 전 대통령이 경호과장을 따돌리려고 했더라도 경호과장이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의 초동수사가 매우 부실했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이 청와대 경호실의 폐쇄회로텔레비전의 화면이나 교신 내용, 목격자의 진술 등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고 이 경호과장의 일방적 진술에만 의존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니뉴스] 아주 떠나지는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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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최상원 기자 csw@hani.co.kr
노 전 대통령 투신 전 시간별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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