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오전 이운우 경남경찰청장(가운데_과 총경급 간부들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분향소을 찾았다가 (새치기에 분노한) 시민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봉하/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짝 근무·촉수거리 유지 원칙 안지켜
경찰·청와대 ‘거짓증언’은폐 의혹도
경찰·청와대 ‘거짓증언’은폐 의혹도
경찰이 2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경호원 없이 혼자 있었다’는 재수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경호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이 부실한 초동수사로 고인의 마지막 행적을 둘러싼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이 밝힌 대로라면, 당시 노 전 대통령 경호실과 수행 경호관은 근무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대통령 경호실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수칙에는 두 사람 이상의 경호원이 대통령과 함께해야 한다는 ‘페어(짝) 근무 원칙’이 있다”며 “돌발상황이 일어났을 때 한 사람은 막고 다른 사람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등산을 나간 23일 아침, 자택 경호동에는 4명의 경호관이 있었음에도 이아무개 경호관 혼자만 수행했다.
‘촉수거리 유지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부엉이바위에서 247m나 떨어진 정토원까지 심부름을 다녀오면서도, 다른 경호원을 부르는 등 노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전직 경호실 관계자는 “보통 옆에 사람이 있는 경우 쉽게 자살을 시도하지 못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이 경호관이 원칙을 지켰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수행 경호관이 초기 경찰 수사에서 정토원에 들른 사실을 숨긴 것도, 경호수칙을 지키지 않은 게 드러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수 있고, 노 전 대통령 경호실이나 청와대 경호처의 책임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을 놓친 사실을 즉시 자택 경호동에 알렸다. 수행 경호관의 거짓 증언을 노 전 대통령 경호실 차원에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 경호 임무는 경호규정에 따라 봉하마을 자택 전담 경호부장에게 위임해 독립적으로 시행해왔다”며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면 엄정한 자체 조사를 통해 경호임무 수행상의 문제점 등을 파악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부실수사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지난 24일 브리핑 때는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정토원에 가지 않았다고 했으나 27일 발표에서는 경호관이 아침 6시14분~17분과 6시30분~35분 등 두 차례 정토원에 갔다고 말을 바꿨다.
또 24일 발표 때는 사고 당일 아침 6시20분에 자택 경비초소 근무 의경이 부엉이바위에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이 서 있는 것을 보고 경호상황실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27일에는 노 전 대통령이 아침 6시14분~17분 사이에 이미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렸다고 번복했다. 경찰이 경호관 등의 진술에만 의존해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유족 쪽의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 전 대통령을 수행한 경호관의 최초 진술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고 밝혔다.
김해/김광수 이경미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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