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려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이 5백여개의 만장이 늘어선 마을 진입로를 따라 빈소로 향하고 있다. 이 만장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부산지회가 만들어 내걸었다. 김해/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장인들 추모행렬 동참
회사에선 얘기 꺼리지만 점심·퇴근시간에 조문
인터넷엔 “영결식 참석케 임시공휴일로” 의견도
회사에선 얘기 꺼리지만 점심·퇴근시간에 조문
인터넷엔 “영결식 참석케 임시공휴일로” 의견도
[하니뉴스] 한명숙 장례위원장 봉하마을 자원봉사자들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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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뉴스]봉하마을의 잠들지 못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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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쫓기는 회사원들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렬에 동참하고 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민 분향소’가 설치된 경복궁 대한문 앞은 물론, 서울역과 강남역 근처에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만 되면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회사원들로 줄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 직원 가운데엔 관광버스를 빌려 밤사이에 봉하마을까지 조문을 다녀오거나, 휴가를 내는 이들까지 있다.
한 통신회사 팀장은 27일 “요즘 6시가 되면 바로 퇴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취미 동호회나 학교 동문끼리 버스를 빌려 조문을 가는데, 위에서 뭐라 할까봐 모른 척해 달라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업체의 임원은 “한 직원이 아내 출산이 임박했다며 휴가를 냈는데 티브이에 서울 한 분향소에서 자원봉사하는 모습이 찍혔다”며 “바로 전화를 걸어, 나나 회사 입장이 있으니 카메라엔 찍히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오죽했으면 거짓말까지 하고 갔겠냐”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에선 카페 등을 중심으로 봉하마을에 조문 갈 사람을 모집하는 안내들이 눈에 띈다. 키우리산악회는 인터넷 카페에서 ‘번개’로 31명을 모은 뒤 십시일반으로 관광버스를 빌려 26일 봉하마을에 다녀왔다.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움은 생전 서로 알지 못한 이들도 이어줬다. 한 명이 다음날 몇시까지 버스를 대절하겠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조문에 나서는 것도 대기업 직원들의 특징이다. 한 전자업체의 과장은 “단체보다는 삼삼오오 옛 친구들과 연락하거나 가족들과 함께 분향을 가는 분위기다. 공식적인 자리나 회사에서 서로 이야기하기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나 보수적인 문화의 대기업에서는 “눈치가 보여 조문 간다는 말은 못 한다”는 이들도 적잖다. 이런 이들은 자연스레 옛 친구들을 떠올린다. “슬퍼서 한잔했다. 친구야 건강해.” 대기업에 다니는 황아무개씨는 지난 23일 밤 몇년 만에 한 친구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일상에 휩싸여 적당히 세상과 타협하고 살던 자기 모습이 부끄러워지는데,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옛 친구들밖에 없지 않나요?”
이런 중에도 금요일 영결식 때 휴가를 내겠다는 직장인들도 적잖다. 중견 광고회사인 ㅌ사의 업무지원팀, ㅇ보험회사 영업팀은 단체로 ‘반차’를 쓰고 영결식에 참여하기로 했다. 정보기술업체의 신아무개 팀장은 “영결식에 가고 싶어하는 팀원들이 많아 반차를 써서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엔 ‘29일 영결식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뒤 찬성 의견이 계속 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인 이아무개씨는 “생각해보니까 노 대통령은 정말 고마웠던 분이다. 희망을 줬던 분, 다시는 그런 분 만나기도 힘들 것 같다”며 “봉하마을은 멀어서 갈 수 없지만, 서울 영결식만은 꼭 참석해 그저 차를 따라서 함께 걷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희 박수진 기자, 경제부문 종합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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