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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끝내 안열린 서울광장…수천명 시민 ‘좁은 길’ 추모

등록 2009-05-27 21:03수정 2009-05-28 02:0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서울 시청 광장 앞에서 열려던 시민추모제가 거부돼, 중구 정동극장 앞에서 열리고 있다. 스님들이 참회의 절을 올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닷새째인 27일 저녁 서울 시청 광장 앞에서 열려던 시민추모제가 거부돼, 중구 정동극장 앞에서 열리고 있다. 스님들이 참회의 절을 올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부 불허 방침에 정동길서 추모식 가져
“정부가 너무 과잉반응한다” 시민들 분노
끝내 안 열린 서울광장…‘시민추모제’ 좁은 길서 열려 [%%TAGSTORY1%%]

[현장 2신]

4대 종단 추모기도로 행사 시작…추모시 낭독 등 차분한 분위기

경찰의 제지로 끝내 무대차량이 추모제 장소인 정동광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저녁 8시께 정동거리에서 추모제가 시작됐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천준호 한국청년연합 대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후 5시 30분께 최종적으로 시청광장 사용 불가를 통보해 안타깝고 분노스럽지만 끝까지 경건한 마음을 지키자”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시청광장 사용 불가 이유로 “29일 영결식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추모위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은 원형 모양의 작은 정동광장 중앙에 놓인 대형 스크린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앉아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시간이 갈 수록 참석자가 수가 크게 늘어 약 오천여명의 시민이 빼곡이 광장에 앉아 있다.

추모제는 기독교,불교,가톨릭,원불교 등 4대 종단의 노 전 대통령 추모기도로 시작했다. 특히 실천불교승가회에서 온 정휴스님 등은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노 대통령의 얼굴 사진을 향해 스물한번의 절을 올렸다. 스님들이 절을 올리는 동안 시민들은 묵묵히 두 손을 모으고 함께 목례를 올렸다.

이후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장내가 숙연해졌다.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았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부른 ‘상록수’가 흘러나올 때, 시민들은 조용한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불렀다. 몇몇 시민들의 눈가에는 촉촉한 물기가 내려 앉았다.

이어 시민들에게 작은 백지가 나눠졌다. 사회자가 “노 전 대통령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지금 쓰자”고 말하자, 시민들은 저 마다 고개를 숙인 채 차분하게 편지글을 썼다. 이 편지는 책으로 묶어 봉하마을에 전달된다.

남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와 참여연대 공동 대표 이청화 스님의 ‘노 전 대통령 추모사’ 낭독 뒤 가수 ‘할하산’(할말은 하고 산다)가 나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노래를 차분하게 불렀다. 시민들은 차분하게 노래를 들은 뒤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이어 유지나 동국대 영화학과 교수가 나와 추모시를 낭독했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탄식. 이 대목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 고뇌에 빠져 허우적 댈 때, 책을 읽을 여유마저 빼앗 기는 삶. 그것은 죽음과 같은 것이겠죠. (중략)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없는 곳. 정의로운 진실보다 권력 향방에 아파하는 언론도 없는 그곳. 기득권이 없는 곳. 대자연의 평화로움이 깃든 곳. 어머니 대지가 따뜻하게 생명을 감싸안는 곳. 그곳에서 이제 평안히 계십시오. 우리 모두의 연인으로, 오빠로 형님으로 무엇보다 우리 모두의 친구로 남아주십시오. (중략)”

저녁 9시 현재 추모제는 평화롭고 숙연한 가운데 계속 되고 있다. 밤이 깊어지자 시민들의 손에는 붉은 촛불이 들렸다. 노 전 대통령의 넋을 기리는 촛불의 물결이 서울 도심의 봄바람에 실려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이틀 앞둔 27일 밤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이틀 앞둔 27일 밤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열린 ‘시민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현장 1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이하 추모위)가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려고 했던 노 전대통령 추모제가 정부의 광장 사용 불허 결정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애초 추모위 대표들은 오늘 오전 11시 20분께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갖고 오 시장으로부터 “추모제를 정치적 행사로 만들지 않도록 시민단체가 노력한다는 조건 하에 서울광장 사용을 승인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에서 최종적으로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아 추모제 장소는 급히 서울시립미술관 근처 정동길 광장으로 옮겨졌다.

추모위에 함께 하고 있는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서울시에서 사용승인을 한 서울광장을 정부에서 불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정부가 노 전대통령에 대해 형식적 예우만 갖추고 실제로는 모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녁 7시 30분 현재 시민 2천여명이 정동길 광장에 모여 추모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차량이 서울시청 근처에 있는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억류된 상태여서 애초 저녁 7시 시작 예정이었던 추모제는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아침이슬’ 등의 민중가요를 부르며 차분하게 추모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적막감이 흐를 정도로 추모제 장소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추모제에 참석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검은 색 옷차림으로 노 전 대통령 서거에 애도를 표하고 있다.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 하며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 쪽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참석한 박세진(31·서울시 중계 4동)씨는 “권위의식 없는 노 전대통령을 존경해 왔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하고 싶어 추모제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결정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병순(43·안양시)씨는 “정부가 오늘같은 날은 시민들에게 서울광장을 내줬어야 한다”며 “정부가 너무 과잉반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의 분향소는 여전히 참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겹겹이 줄을 선 참배객들의 줄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수백미터 가량 이어져 이화여자고등학교 앞까지 이어져 있다.

한편, 서울 도심 곳곳에서 경찰과 시민 사이 마찰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서울광장 사용불허 소식이 전해지자 대한문 앞에 있던 일부 시민들은 저녁 7시 30분께 도로점거를 시도했지만 경찰에 의해 대한문 앞 인도로 밀려났다.

이에 앞서 일부 시민들은 오후 4시께 종각역 광장에 노 전 대통령 분향소를 다시 차리려다 경찰에 노 전 대통령 영정사진을 빼앗기기도 했다. 분향소를 차리려던 시민 서아무개(50)씨는 “경찰이 문화재법 위반이라며 영정사진을 빼앗아갔다”며 “노 전대통령을 추모하려는 것이 왜 문화재법 위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아무설명없이 영정만 6시에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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