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작가 이수지(35)
‘뉴욕타임스’ 선정 우수그림책 ‘파도야 놀자’ 이수지씨
젊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35·사진 )씨는 국외에서 더 이름난 작가다. 2003년 스위스에서 출간된 그림책 <토끼들의 복수>로 이탈리아 볼로냐어린이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됐고 스위스 정부에서 주는 ‘가장 아름다운 책’ 상을 받았다.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그림책 <동물원>은 미국 등에 판권이 수출되어 미국 영어교사협회가 주는 ‘우수 그림책’에 뽑혔다. 지난해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파도야 놀자>는 <뉴욕 타임스>로부터 ‘우수 그림책’에 선정됐다.
8년 전 볼로냐도서전, 가제본 들고 가 출판계약
스위스·이탈리아 등 외국서 명성…국내 역수입 <파도야 놀자>(비룡소) 한국판 출간에 맞춰 <한겨레>를 찾은 이씨를 26일 만났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림책 작가가 됐지만, 미대을 졸업하고 동화책 삽화 그리기로 소일하던 20대 후반 어름만 해도 그는 도무지 그림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했던 ‘화가 지망생’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영국으로 건너가 한 대학원의 북아트 과정에 등록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매체가 캔버스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본을 비롯해 책이란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예술 창작의 가능성을 배웠다. “졸업을 앞두고 2001년 볼로냐도서전에 갔어요. 1년 동안 작업한 가제본 상태의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고요.” 아무 연고도 없이 가제본 책을 내미는 무명 작가에게 이탈리아의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는 선뜻 마음에 든다며 출판하자고 했다. 그의 첫 그림책 이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책이 그렇게도 출판될 수 있다는 것, 유명 출판 편집자들의 눈이 젊은 무명작가들에게도 열려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제 아이 둘의 엄마가 된 그는 남편 직장을 따라 옮기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몇 년째 외국 생활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 살 때 나와 역수입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파도야 놀자>는 글이 없는 순수 그림책이다. 스페인·프랑스·일본 등 7개 나라에서 나온 이 책은 여름날 바닷가를 찾은 어린 아이가 파도와 함께한 신나는 하루를 담았다. 리듬감 넘치는 그림을 따라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한 편의 이야기책을 읽은 듯 뚜렷한 서사가 가슴에 남는다. 그림 색도 단 두 가지, 목탄을 이용한 먹색과 파랑색뿐이지만, 파도와 눈싸움도 하고 실랑이를 하는 아이의 즐거운 한때가 판타지와 현실을 살짝살짝 넘나드는 짜임새 있는 얼개 속에 펼쳐진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굳이 글을 덧붙일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림은 아주 보편적인 코드이기 때문에 한 눈에 사람들이 교감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제 그림책을 보고 좋아하는 그런 순간이 저에겐 감동이랍니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스위스·이탈리아 등 외국서 명성…국내 역수입 <파도야 놀자>(비룡소) 한국판 출간에 맞춰 <한겨레>를 찾은 이씨를 26일 만났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그림책 작가가 됐지만, 미대을 졸업하고 동화책 삽화 그리기로 소일하던 20대 후반 어름만 해도 그는 도무지 그림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했던 ‘화가 지망생’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영국으로 건너가 한 대학원의 북아트 과정에 등록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매체가 캔버스에만 한정돼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본을 비롯해 책이란 매체를 활용한 다양한 예술 창작의 가능성을 배웠다. “졸업을 앞두고 2001년 볼로냐도서전에 갔어요. 1년 동안 작업한 가제본 상태의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고요.” 아무 연고도 없이 가제본 책을 내미는 무명 작가에게 이탈리아의 유명 출판사의 편집자는 선뜻 마음에 든다며 출판하자고 했다. 그의 첫 그림책 이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책이 그렇게도 출판될 수 있다는 것, 유명 출판 편집자들의 눈이 젊은 무명작가들에게도 열려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제 아이 둘의 엄마가 된 그는 남편 직장을 따라 옮기다 보니 본의 아니게 몇 년째 외국 생활 중이라고 했다. 미국에 살 때 나와 역수입으로 국내에서 출간된 <파도야 놀자>는 글이 없는 순수 그림책이다. 스페인·프랑스·일본 등 7개 나라에서 나온 이 책은 여름날 바닷가를 찾은 어린 아이가 파도와 함께한 신나는 하루를 담았다. 리듬감 넘치는 그림을 따라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한 편의 이야기책을 읽은 듯 뚜렷한 서사가 가슴에 남는다. 그림 색도 단 두 가지, 목탄을 이용한 먹색과 파랑색뿐이지만, 파도와 눈싸움도 하고 실랑이를 하는 아이의 즐거운 한때가 판타지와 현실을 살짝살짝 넘나드는 짜임새 있는 얼개 속에 펼쳐진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굳이 글을 덧붙일 이유가 없더라고요. 그림은 아주 보편적인 코드이기 때문에 한 눈에 사람들이 교감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제 그림책을 보고 좋아하는 그런 순간이 저에겐 감동이랍니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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