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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스팔트 열기 뚫고 온 아이들 “사랑합니다”

등록 2009-05-28 19:34수정 2009-05-28 23:12

 28일 새벽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시민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는 촛불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김해/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28일 새벽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시민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도로에 길게 늘어서 있는 촛불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김해/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노 전 대통령 떠나는 날] 봉하마을 쉼없는 추모행렬
정의구현사제단 새벽 미사…유치원생·교사도 찾아
한명숙 공동위원장 “리본 등 봉하마을로 보내달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8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거센 바람이 일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조문객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아스팔트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낮 12시께는 소방차가 물을 뿌렸다.

하지만 거센 바람도, 무더위도 추모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디서 오는지 사람들은 쉼없이 오고 또 왔다. 김해 인근은 물론 서울·부산·전라·경상·충청·경기 등 지역과 종교,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노 전 대통령 쪽 국민장 장의위원회는 지난 27일 밤까지 봉하마을 조문객이 78만4000여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서거 뒤 날마다 대략 20만명이 찾아온 만큼 마지막 조문 날인 28일에는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장의위원회는 추산했다.

이런 전국민적 추모 열기에 힘입어 앞으로 노 전 대통령 기념관도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 구상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영결식이 끝나면 어떤 형태로든 노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할 예정”이라며 “전국 분향소에 모인 리본과 사진, 벽보 등 자료가 분실되지 않도록 국민들이 조문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봉하마을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 따라 비석을 세우기 위한 건립추진위원회도 구성됐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49재까지는 비석을 세울 계획이지만, 늦어지면 고인의 생일인 음력 8월6일(양력 9월24일)에 맞출 수도 있다”며 “비석 위치는 유족 뜻을 최대한 존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원장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맡고, 이름은 유서 내용처럼 ‘아주 작은 비석 하나’로 지어진다.

앞서 이날 새벽에는 심야 추모 행렬이 마을 어귀에서 분향소까지 2㎞가량 대여섯 줄로 길게 늘어섰다. 헌화를 위해 5시간을 기다린 이들도 많았다. 새벽 5시30분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봉하마을을 찾아 미사를 올렸다. 아침 7시20분께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직접 분향소에 헌화한 뒤 각지에서 온 조문객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이 28일 오후 분향소 맞은편에 있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기념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있다. 김해/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은 조문객들이 28일 오후 분향소 맞은편에 있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기념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생전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물을 보고 있다. 김해/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낮 12시께는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장유 해맑은 유치원’의 유치원생 93명과 교사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 상주와 조문객들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이옥자(45) 원장은 “생전에 아이들을 좋아하셨던 분이라서 아이들을 데려왔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꽃다발을 안고 와 봉하마을의 사저 앞이나 길가 바위 이곳저곳에 꽃을 내려놓았다. 사저 앞 텃밭에서는 조문객들이 놓고 간 연보랏빛 소국, 노란 장미, 흰 장미 등이 활짝 피어났다. 생가 앞에서 사진을 찍던 임아무개(62·주부·서울 광진구)씨는 “언론에서 아방궁이라고 하더니 진짜 시골마을인데다 사저도 별로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장례 일정을 챙기는 노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 관계자들은 “조문객의 줄이 끊어지지 않아 발인 전에 조문을 다 마칠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상당수 조문객들은 29일 새벽에 있을 발인제를 보려고 이곳에서 밤을 샐 채비를 했다.

김해/정유경 권오성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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