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펼침막·노래 만들고 블로그 퍼날라
“마지막 마음 기억하려는 것 같다”
“마지막 마음 기억하려는 것 같다”
허상탁(57)씨는 하루종일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한다. 28일로 거의 일주일째다. 그가 앉은 자리 앞에는 늘 똑같이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담긴 종이가 놓여 있다. 그는 때때로 이를 보고 새기고 또 되새긴다. 허씨는 “나 같으면 원망의 구절을 썼을 텐데,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원망하지 마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봉하마을을 찾아온 정재호(37)씨는 전날부터 26일 아침까지 12시간 동안 노 전 대통령의 유서와 불경을 앞에 두고 분향소를 향해 3천배를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의 유서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봉하마을과 전국의 분향소 등 곳곳에 걸려 조문객들의 가슴을 울린다. 시민들의 글에 인용되는 것은 물론, 노래로도 만들어져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봉하마을의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관 앞에는 노 전 대통령의 유서 전문이 적힌 대형 펼침막이 일찍부터 내걸렸다. 이를 카메라로 찍거나 작은 소리로 읽으면서 구절을 깊이 음미하는 조문객들은 봉하마을에선 아주 일상적인 모습이다. 유서는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작곡가 겸 가수 정원수(48)씨는 유서에 멜로디를 붙인 악보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려놓았다. 누리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 구절을 다투어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 올리거나 여기저기 퍼나른다.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 교수(심리학)는 “민중들이 동학 농민혁명 때 숨진 전봉준 장군을 기리며‘파랑새’를 만들어 불렀듯,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마음을 이 유서로 기억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해/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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