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영결식이 열린 29일 추모 시민들이 시청 앞 서울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들 줄이어 조사…고인 묵념 땐 시간 멈춘 듯 ‘…’
MB 전광판 등장에 야유…“아직도 그냥 꿈이었으면”
MB 전광판 등장에 야유…“아직도 그냥 꿈이었으면”
[노 전 대통령 국민장 4보]
서울 경복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열리던 시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60여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시민 추모제’가 진행됐다. 시민들이 마련한 만장이 휘날리는 세종로 일대는 도로와 인도 구별 없이 고인을 추모하려는 인파들로 가득찼다.
이날 11시께부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시작한 ‘시민 추모제’는 시민들의 추모의 글을 읽는 것으로 시작됐다. 시민들이 연단에 올라가 돌아가면서 11시50분까지 짤막한 조사를 읽었다. “이제 무거운 짐 우리가 덜어드리겠습니다. 미움이 없는 곳에서 편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으로 지낸게 너무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투표도 하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겠습니다.” 한 대학생은 “내가 처음 뽑은 대통령, 돌아가신 것 슬퍼하는 것 보다 나의 아이들이 바르게 살 도록 가르치겠다”고 낭독하기도 했다.
경복궁 영결식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전광판 등으로 중계를 지켜봤다.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의 전광판과 코리아나호텔 전광판에서도 영결식을 생중계 장면으로 내보냈다. 시민들은 영결식을 보면서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를 보였다. 고인에 대한 묵념이 진행되자 세종로 일대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깊은 침묵에 빠졌다. 경찰들도 잠시 통제를 멈춘 채 영결식 중계를 지켜봤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광판에 등장하자 일부 시민들이 흥분해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시민분향소에서 마련한 만장 50개와 흰 국화꽃으로 뒤덮힌 영결식 트럭이 세종로 사거리 쪽으로 이동했다. 그 뒤를 노란 모자와 리본, 손팻말 등을 든 시민들이 뒤따랐다. 노란색 목도리를 멘 채 함께 나온 성낙연(48)씨 부부는 “안나오면 죄 짓는 것 같아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며 “광주항쟁 당시 광주에 있으면서 알게된 ‘야인 노무현’은 우리 시대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마른잎 다시 살아나 그대 뜻을 펼쳐라’는 글귀가 씌여진 만장을 든 전설혜(33)씨는 “이 정권에게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는 경고를 보내려고 만장을 들고 나섰다”며 “오늘이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토요일보다 더 가슴아프고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오후 1시께 시작될 노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애초 덕수궁과 프레스센터 사이 대로를 가득 채웠던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량의 진행을 위해 길을 트는 모습도 보였다. 노 전 대통령 운구 차량은 이 길을 지나 시청앞 광장에 조만간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성 김민경 김성환기자 sage5th@hani.co.kr
권오성 김민경 김성환기자 sage5th@hani.co.kr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운구행렬이 29일 오전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친 뒤 광화문 사거리를 지나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