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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종로~태평로 노란물결…“끝내 이기리라” 합창

등록 2009-05-29 19:39수정 2009-05-30 00:26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노제가 열린 29일 오후 전통 상여 행렬이 서울시청 앞 광장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노제가 열린 29일 오후 전통 상여 행렬이 서울시청 앞 광장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땡볕에 땀범벅, 슬픔에 눈물범벅
시민들 운구차 에워싸고 애도 행진
“아이들 오늘을 평생 기억했으면”
“바보 대통령, 그러나 자랑스러웠던, 앞으로도 영원히 마음속에서 자랑스러울 대한민국 16대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님을 맞이하겠습니다.”

29일 오후 1시20분, 방송인 김제동씨의 말과 함께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50여만명의 시민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풍선을 들고 노란 모자를 눌러쓴 추모객들이 금세 노란 물결을 일으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은 이렇게 ‘씻김굿’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을 태운 운구 차량은 경복궁 영결식을 마친 뒤 태평로를 따라 수천개 만장의 대열을 통과해 비로소 서울광장에 들어섰다. 서민적이면서 소탈했던 생전의 그의 모습이 “저 산은 내게 우지 마라, 우지 마라 하네”라고 읊조리는 ‘한계령’의 노랫가락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 나오고 있었다.

운구 행렬은 이날 낮 12시20분께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끝낸 뒤 곧바로 출발했으나 오열하는 추모 인파에 막혀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노제 장소에 도착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참여정부 인사들이 초여름의 뙤약볕과 인파 속에서 땀범벅이 된 채 줄지어 운구 행렬의 뒤를 따랐다. 50대 여성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탄 차 앞으로 다가가 “여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추모객들은 노제 가는 길 곳곳에서 차량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노제는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노제 총감독)의 초혼으로 시작됐다. 김 전 장관은 큰 북소리에 맞춰 흰 수건을 흔들며 목 놓아 불렀다. “해동조선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복! 복! 복!” ‘복’(復)은 죽은 사람의 혼을 부르는 소리다. 시민들도 젖은 목소리로 함께 연호했다.

엄숙하고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국립무용단이 향로를 들고 ‘혼맞이 소리’를 하며 영구차를 한 바퀴 돈 뒤 무대에 올랐고, 이어 국립무용단의 ‘진혼무’가 이어졌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연탄>)라고 노래했던 안도현 시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시 ‘미안해요, 고마워요, 일어나요’를 낭송했다.

이어 도종환 시인이 ‘제관’(사회)을 맡은 가운데 장시아 시인의 유서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이 이어졌다. 도 시인이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목 놓아 외쳤다. 안타까움 사이로 다시 오열이 터져 나왔다.

노제에 앞서, 운구 행렬이 도착하기 전 광장에서는 김제동씨의 사회로 추모 공연이 진행됐다. 공연에 나선 가수 안치환씨는 구슬픈 목소리로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을, 윤도현씨는 ‘너를 보내고’를 불렀다. 이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 노제에 참여한 회사원 하윤희(38)씨는 “대한문 앞으로 두세 번 분향을 나가며 만난 고등학생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학교 수업을 빼먹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우리가 투표를 잘못해서 그렇다고 얘기했더니 ‘괜찮아요. 우리가 이제 제대로 뽑으면 되죠’라고 답하더군요. 그 얘길 듣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노제를 마무리 지으며 노 전 대통령의 애창곡인 ‘사랑으로’가 울려 퍼졌다.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등을 부르며 마지막 가는 노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운구 행렬은 서울역을 향했지만 노렇게 물든 추모 인파가 도로를 가득 메워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노 전 대통령과 함께한 마지막 자리에서 시민들은 카랑카랑한 가수 양희은씨의 목소리에 맞춰 ‘상록수’를 불렀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상록수는 ‘끝내 이기리라’로 끝나는데, 그 말을 국민들이 가슴속에 깊이 새겼으면 좋겠다”며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들 원석(10)군과 함께 광장을 찾은 정진숙씨는 “아이에게 우리 대통령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보여주고 싶어 데리고 나왔다”며 “아이가 오늘 일을 평생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권오성 이완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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