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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님 지키지 못해 통탄” 한명숙 조사에 울음바다

등록 2009-05-29 21:02수정 2009-05-30 06:26

유족·전현직대통령·외교조문단 등 3500여명 참석
DJ, 헌화뒤 권양숙씨 손잡고 비통한 눈물 쏟아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부인 권양숙씨 등 유족들과 전·현직 대통령, 각 당 대표, 국회의원, 외교조문단 등 3500여명이 참석한 채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시종 침통한 표정이었고, 유족들과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은 통곡을 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무궁화 대훈장을 앞세우고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모신 영구차가 영결식장에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췄다. 헌화대 정면의 맨 앞줄에는 왼쪽부터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정연씨 부부, 아들 노건호씨 부부, 권양숙씨, 공동장의위원장인 한명숙 전 총리와 한승수 총리, 이명박 대통령 부부,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김형오 국회의장이 자리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유족과 참석자들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약력 보고’와 한승수 총리의 조사 낭독 때까지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한명숙 전 총리가 조사를 낭독할 때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전 총리가 떨리는 목소리로 “‘여러분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는 글을 접하고서도 님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의 무력함이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라고 하자 유족들은 입을 막고 흐느꼈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 하지 마십시오. 정치하지 마십시오. 또다시 ‘바보 노무현’으로 살지 마십시오”라고 할 때도 장내 곳곳에서 통곡에 가까운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한 전 총리의 이날 조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기초했다.

앞서 한승수 총리는 조사에서 “우리 국민은 평생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고난도 감내하며 입지전적 길을 걸어온 대통령님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라며 “이제 생전의 무거운 짐 모두 내려놓으시고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고 추도했다.

이어진 종교의식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등 4개 종교가 순서대로 각각의 양식에 맞춰 진행했다. 특히 천주교 고별의식은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가 집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4분간 영결식장 전광판을 통해 상영됐다. “바보라는 별명이 제일 맘에 든다”는 노 전 대통령 인터뷰로 시작해, 정치 역정과 소탈한 모습 등을 담은 내용이었다. 노건호씨와 노정연씨 등은 동영상을 바라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헌화는 유가족에 이어 이명박 대통령 부부,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차례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 부부는 헌화한 뒤 유족들 앞으로 다가와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나 권양숙씨 등 유족들은 앉은 채로 이를 외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헌화한 뒤 권양숙씨에게 다가가 손을 잡은 채 함께 흐느꼈다. 유족들은 모두 일어나 김 전 대통령 부부와 악수를 나눴다.

추모 연주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던 ‘상록수’가 울려 퍼졌고, 참석자들은 눈을 감고 음악에 맞춰 비장하게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이어 해금 연주가 강은일씨의 ‘아침이슬’과 ‘아리랑’ 연주가 이어졌다.


조총 21발에 이어 영구차가 헌화대 앞을 가르며 영결식장을 퇴장하자, 유족과 참석자들은 차량에 고개 숙여 묵념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이광재·백원우 의원,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등은 땅바닥에 엎드려 영구차에 큰절을 올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

[%%TAGSTORY1%%]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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