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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자리 나눠 위기 넘자던 대통령 어디에…”

등록 2009-06-04 14:06수정 2009-06-04 14:23

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민주노동당 등 정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 민주노총 등이 참여한 ‘자동차산업의 올바른 회생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3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발족식을 겸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쌍용차 노동자의 ‘3인3색’ 고뇌
남아 싸우는 사람, 명퇴신청 떠난 사람, 살아남은 사람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잔인한 6월이 시작됐다. 한때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울고 웃던 노동자들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길이 갈렸다. 1500여명은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선언했고, 1534명은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파업에서 이탈한 1500여명은 암묵적으로 고용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것은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남아 싸우는 사람
체임→신용불량→해고 통보
회사나 정부가 조금이라도
협의하려 했으면 분노안해

쌍용차 경영진은 지난 2일 노동자 1112명에게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1500여명 가운데 2/3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쌍용차 평택공장 노동자들은 남아서 싸우려는 사람과 떠난 사람, 살아남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공장은 남아서 싸우려는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공장 안팎에서는 노동자들이 약해지면 경찰력을 투입한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다니고 있다.

3일, 내내 비가 흩날리던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도장공장에는 숨막히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시너와 페인트 등 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도장공장은 노조가 3천억원의 자구안과 노·정 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요새화하겠다고 선언한 곳이다. 경찰력 투입에 대비해 식량과 각종 방어물품들을 쌓아놓았다.

명퇴신청 떠난 사람
보수언론 정부 경영자만 편들어
노조에도 실망…희망 사라져
손에 쥔 돈 3500만원 앞날 막막

이 곳에 ‘남아서 싸우려는 사람’ 김아무개(37)씨는 명퇴를 신청했거나 고용을 보장받고 이탈한 동료들에 대해 “착잡하다”고 말했다. 13일째 공장에서 숙식하고 있는 그는 7개월된 아기를 등에 업고 공장 안의 가족대책위원회로 매일 출·퇴근하는 아내와 멀찌감치서 눈인사만 나눈다. “5개월 전부터 임금이 체불돼 이미 신용불량자가 됐다. 이미 정리해고도 통보받은 상태다. 그동안 회사나 정부가 조금이라도 협의하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분노하지 않는다.”

그는 공장에 남은 이유에 대해 “해고당하나 파업하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해고당하고 그냥 집으로 가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만 보장되면 어떤 희생도 할 수 있다.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위기를 극복하자던 대통령의 말은 어디 가버렸나”라고 말했다.

평택시 한복판의 덕동산 체육공원에는 대낮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슬렁댄다. 이 가운데는 쌍용차에서 ‘떠난 사람들’도 많다. 이아무개(43)씨는 최근 17년 동안의 공장 생활을 접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최근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이씨는 “퇴직 뒤 손에 쥔 게 겨우 3500만원뿐”이라며 “저녁이면 명퇴자들끼리 모여 술잔을 돌리며 궁리를 하지만 이 나이에 뭘 하겠냐”며 답답해했다. “쌍용차가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기를 바랐다”는 그는 “희망이 없어서” 떠났다고 했다. 그는 “경영 파탄의 책임을 죄다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정부나 경영자 편만 드는 보수 언론은 앞으로도 안 변할 것이며, 3년 전 상하이차에 넘어간 뒤 생존의 기회를 살려내지 못한 노조에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사람
파업 시작한 뒤 집에서 지내
동료에 대한 죄책감 시달려
병든 부모 생각에 마음 무거워

이날 평택에서 만난 15년차의 김아무개(39)씨는 ‘살아남은 사람’이다. 그래서 전면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집에 틀어박혀 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이 “아빠, 짤렸어요”하고 물어도 “아니다”라고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한다. 해고된 뒤 공장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동료들에게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과 70살이 넘은 병든 부모를 생각하면 파업에 참여할 수도 없다. 김씨는 “파업 중에는 동료들이 있는 공장에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평택/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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