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의 주요 시국집회 금지통고 현황
시민단체들 ‘현-전 정부 집회금지 건수 비교’ 비판
최근 주요집회 42건 모두 금지…“단순비교는 본질 왜곡”
최근 주요집회 42건 모두 금지…“단순비교는 본질 왜곡”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보다 집회·시위에 더 관대한 것일까?
최근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이 경찰청 통계를 근거로 ‘이명박 정부의 집회금지 건수가 노무현 정부에 견줘 더 적다’는 주장을 내놓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이 이런 주장을 보도한 것을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신 의원과 보수 성향의 언론이 통계를 평면적으로 비교해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10일치 3면 ‘이 정부 집회·시위 금지 건수, 노 정부 시절의 절반’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신 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2008년 한 해 정부의 집회 금지 통고건수는 299건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의 연평균 금지 통고건수 564건의 53%였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1일치 5면 ‘서울광장 집회 금지 조치, 노무현 정부 때 더 많았다’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광장 집회금지 건수는) 노 정부 때인 2006년 4건, 2007년 12건이었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는 촛불시위에도 불구하고 6건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고 썼다.
이에 대해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노 정부 때 집회 금지가 많았던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일부 시국 현안에 집회 금지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참여정부 5년 동안(2003년 1월~2007년 12월) 금지된 집회 2814건 가운데, 2005년 부산의 아펙 정상회의 관련 집회가 70.7%인 1992건을 차지했다. 금지된 아펙 관련 집회를 빼면, 5년 동안 822건(연평균 164건)이 금지된 셈이다.
참여정부가 모든 아펙 반대집회를 막은 것도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08년 1월 내놓은 ‘집회 금지 통고’ 관련 결정문을 보면, 참여정부는 2004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신고가 접수된 아펙 반대집회 3669건 가운데 1992건을 금지(금지율 54.2%)하고 나머지 절반 정도는 허가했다. 다른 시국 현안이었던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집회의 금지율은 19.1%였으며, 한-칠레 에프티에이와 비정규직법안 관련 집회의 금지율은 각각 2.7%, 3.2%에 불과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특히 올해 들어 집회를 엄격히 제한해, 지난 5월부터 이달초까지 시민·사회단체가 서울 도심에서 열려던 민생·시국 관련 집회 42건을 모두 금지했다. 금지율로 치면 100%다. 또 거리 기자회견은 물론 삼보일배나 자전거 행진 등까지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이명박 정부의 집회금지 건수가 적은 것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금지’를 예상해 애초부터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말했다. 광우병대책회의의 경우, 지난해 5월초 신고한 10여건의 집회가 금지 통고를 받은 뒤, 수백건의 크고 작은 도심 집회를 신고하지 않은 채 진행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사회국장은 “노무현 정부든 이명박 정부든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는 것이 올바르다”며 “다만 집회금지 건수만을 단순 비교해 이명박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나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태도”라고 비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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