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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연·학연 얽힌 ‘패거리 조직문화’ 수술해야

등록 2009-06-11 20:33

임채진 전 검찰총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한 뒤 청사 앞에서 검찰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세번째는 문성우 검찰총장 직무대행, 왼쪽 네번째는 권재진 서울고검장, 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임채진 전 검찰총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한 뒤 청사 앞에서 검찰 간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세번째는 문성우 검찰총장 직무대행, 왼쪽 네번째는 권재진 서울고검장, 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개혁 어떻게] 내부 민주주의 확립
검찰 개혁을 위해선 제도개선 못지 않게 검찰 인사의 탈정치화와 내부 민주주의 보장도 필요하다. 최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검찰 수뇌부에 포진시켜 ‘정권의 마름’으로 활용해온 검찰의 인사관행을 바로잡지 않는 한 ‘정치검사’는 끊임없이 양산되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검사’는 지연·학연을 지렛대로 인사권을 쥔 권력에 줄을 대고, 특수·공안 등 이른바 검찰 안 요직을 차지한 뒤 권력의 의중에 맞춰 검찰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더 높은 자리를 보장받는다.

고질적 상명하복·조직이익 수호 행태 불신 키워
참여정부 ‘문민화 작업’ 실패…최근 티케이 부활
도제식 구조·폐쇄적 엘리트주의 깨는게 급선무

5·6공 시절 권력의 의중에 충실한 티케이(대구·경북) 출신 검사들이 검찰조직의 수뇌부를 차지했다. 한 검찰 간부는 “노태우 정부 시절 광어 검사, 도다리 검사, 잡어 검사라는 말이 있었다”며 “광어는 티케이 중에서 경북고 출신을, 도다리는 경북고 출신이 아닌 티케이, 잡어는 나머지 검사들을 지칭했고, 광어가 아니면 요직에 가기 어렵다는 자조적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 때도 이런 관행은 예외가 아니었다. 문민정부는 출범 직후 이른바 ‘슬롯머신’ 사건을 계기로 검찰 내 박철언 전 장관의 티케이 인맥을 몰아내고 피케이(PK·부산경남)로 요직을 채웠다. 국민의 정부 시절 역시 호남 출신 검찰 간부들이 득세했다.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검찰 개혁 의지를 내비친 참여정부는 상대적으로 지연·학연에 얽매이지 않고 인사권을 행사했지만, 권력에 줄을 대며 요직을 차지하는 관행에 익숙한 검찰 내부의 반발을 불러왔다. ‘검찰 문민화’의 기치를 내걸고 법관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에 임명하고, 기수·학연·지연 중심의 인사시스템을 바꾸려하자 검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인사권을 총장에게 넘겨달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현재 검찰 수뇌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강금실, 천정배 법무장관을 통해 ‘문민화’를 추진했지만, 임기 후반에는 검찰출신인 김성호, 정성진 장관을 중용하며 결국 저항하는 검찰과 적당한 타협점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검찰 인사권을 놓고 장관과 총장의 갈등은 계속됐다. 한 검찰 간부는 “임채진 전 총장도 지난해 초 검찰 인사 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서랍에 사표를 넣어놓고 다녔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첫 검찰 인사 이후 ‘티케이가 부활했다’는 평가와 함께 검찰 안팎에서 정동기 민정수석, 장다사로 민정비서관, 이인규 중수부장 등 이른바 ‘경동고 인맥’이 검찰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학연·지연’이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박연차 수사를 책임진 이인규 중수부장은 검찰 특수부의 7개 보직 중 하나도 거치지 못했지만, 대검 중수부장에 중용됐다.

그러나 검찰 인사의 탈정치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는 논란거리다. 자율성 보장만으로 해결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상명하복을 강요하며 기수·학연·지연으로 뭉치며 조직 이익 수호에 멸사봉공하는 ‘조폭적 조직 문화’의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에 인사권을 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라는 불신도 여전하다.

참여정부 초반 검찰문민화를 추진했던 박범계 전 민정비서관은 “검찰 수사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현재 검찰 조직에 인사권 등 운용의 자율성만 보장해주면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건 위험천만한 발상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권력의 시녀’가 된 검찰 자신의 문제를 정치권력 탓으로 돌리는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협의에 의한 검찰 인사, 검찰의 정치적 활용을 거부했지만 조직 이기주의로 움직이는 검찰은 끊임없이 저항했다”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제3의 인사기관에 검찰 인사권을 주는 방식으로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도 “검찰은 검사 초임 때 잘 나가는 부장이나 상사를 만나 눈에 들면 그 사람이 다시 법무부나 대검으로 데려오는 일종의 도제식 구조로, 첫 부임 뒤 5~6년 안에 그런 상사를 만나지 못하면, 검찰 내부의 이너서클이 되기 힘들다”며 “학연, 지연 등 각종 연고를 만들려고 몸부림치고, 이 과정을 통해 엘리트 검사가 되면 개인이 아닌 조직인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과 연고로 얽힌 검찰 내부의 ‘폐쇄적 엘리트주의’가 깨지지 않는 한 검찰에 자율적 인사권을 준다해도 그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승근 석진환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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