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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방치된 용산참사…정부, 유족과 대화 한번 안해

등록 2009-06-17 19:05수정 2009-06-18 03:20

용산 참사 일지
용산 참사 일지
용산참사 150일
“진압작전 적법” 되뇌며 다섯달 수수방관
‘행안부 대화 시도’ 청와대가 나서 막기도
“5명 생목숨 앗고도 소통은 커녕 직무유기”
생존권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랐던 철거민 다섯 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18일 150일째를 맞는다. 지난 다섯 달 동안 용산 참사의 ‘원만한 해결’은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참사 직후 ‘용산 참사 범국민대책위원회’(용산 범대위)를 꾸려 유족 지원에 나섰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변호사들은 검찰이 비공개한 수사기록 3천여쪽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진행중이며, 성직자들은 거리에서 미사·법회·기도회를 열었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사태 해결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다섯 명의 주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 안치실의 냉동고 안에 ‘갇혀’ 있다.

지난 3월 말부터 참사 현장에서 ‘거리 미사’를 열고 있는 문정현 신부는 “이명박 정부는 용산 유족들의 울부짖음에 귀를 닫고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무능이거나 엄청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참사 이후 17일까지 용산 범대위나 유족 대표들과 단 한 차례도 공식적인 대화 자리를 갖지 않았다. 경찰의 특공대 투입 결정과 이후 진행된 진압작전이 ‘적법한 법집행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행정안전부와 경찰 정보라인을 중심으로 용산 문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화는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청와대의 반대로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참여정부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2005~2006년 시민·사회 진영이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으로 정부와 격렬하게 대립했을 때도, 당시 국무총리실·국방부의 ‘공식 라인’은 물론이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민정수석 등 ‘비공식 라인’이 주민 대책위 등과 수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사무처장은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주민들에게 수모를 당해가며 평택을 찾았고 대국민담화도 발표했다”고 말했다.

사태가 풀리지 않으면서, 용산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용산에서 숨진 사람들은 생존권을 요구했던 평범한 서민이었다는 사실을 많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 철거민들의 아픔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된 쌍용자동차 노동자, 화물연대 파업을 낳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아픔이 투영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지난 3일 시국선언의 불씨를 당긴 서울대 교수들은 용산 문제 해결을 시국선언의 첫머리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앞으로 정부가 ‘성의 있는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이명박 정권이 ‘법과 원칙’만 강조하면서 용산 문제에 귀를 닫은 것은 이 정권이 대변하는 사회 부유층의 이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정보라인의 한 관계자는 “용산 같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면 명분이나 돈 둘 가운데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며 “이 정부는 둘 모두 양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하며 명분을 택했다면, 철거민과 유족들에게는 배·보상과 생계 대책 등 성의 있는 조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용산 범대위는 18일 오후 참사 현장에서 ‘용산참사 다섯 달, 범국민 추모대회 및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박래군 용산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용산 문제 해결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정국 이후 이 정권의 국정기조 변화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모습은 가족을 잃은 철거민들이 지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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