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김대중 이적행위 규탄 국민총궐기대회’에서 이날 새벽 시민분향소를 철거하면서 빼앗아 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들어보이고 있다. 서 본부장은 “공권력이 하지 못한 일을 우리 회원들이 해냈다”며 회원들을 추켜세웠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친정부단체 잇단 ‘폭력·테러’
지난달 ‘공익활동’ 명목 정부서 수천만원씩 받아
경찰, 잦은 난동에도 불법·폭력단체 지정 안해
지난달 ‘공익활동’ 명목 정부서 수천만원씩 받아
경찰, 잦은 난동에도 불법·폭력단체 지정 안해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보수 성향 단체들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폭력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24일 새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의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기습 철거한 것이 단적인 사례로, 사회의 다양성과 이념적 공존을 해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 단체들은 5월 초까지만 해도, 적극적인 친정부 집회를 자제하는 등 집권 2년차를 맞은 이명박 정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촛불집회’ 한 돌을 맞은 지난달 2일에도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의 대규모 집회에 맞서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일부 단체들은 “대통령 당선을 위해 현장에서 뛴 우리들에게 이 대통령이 해 준 게 뭐냐”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쏟아내기도 했다.[%%TAGSTORY1%%]
하지만 5월 말 이후에는 집회를 적극적으로 여는 등 태도가 달라졌다. 시민·사회운동단체 주변에선 이런 사정 변화의 주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정부의 적극적인 보수 성향 단체 지원을 꼽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5월7일 보수 성향 단체들에 무더기로 수천만원의 ‘보조금’을 배정했으며, 환경부·노동부 등도 진보 성향 단체들과 진행해 온 프로젝트를 접고 보수 성향 단체들과 새 사업을 시작했다.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철거한 국민행동본부는 행안부로부터 ‘헌법 수호 및 선진 시민정신 함양운동’을 명목으로 3100만원을 지원받았다. 또 국민행동본부 대표인 서정갑 예비역 대령이 참여하고 있는 ‘예비역 대령 연합회’도 ‘국가 안보전략 연구, 세미나, 교육 및 국정과제 실천운동’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성숙한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법질서 수호운동’ 등 2개 사업으로 보조금 1억900만원을 타냈다.
경찰의 편파적인 법집행이 보수 성향 단체들의 폭력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경찰은 지난 2월 ‘광우병 대책회의’에 속한 18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을 모두 불법·폭력 단체로 규정했지만, 지난해 7월 <문화방송> 앞에서 과격 시위를 벌인 ‘대한민국 고엽제전우회’와 진보신당 사무실에 난입해 당직자들을 폭행하고 기물을 부순 ‘특수임무수행자회’(HID) 등은 불법·폭력 단체에서 제외했다. ‘이중 잣대’ 논란이 제기되자, 경찰은 “두 단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이 아닌 폭력 행위로 처벌됐기 때문에 불법·폭력 단체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군색한 해명을 내놨다.
경찰의 이중 잣대는 집회 허용 문제에서도 나타난다. 경찰은 진보 성향 단체가 5~6월에 서울 도심에서 열겠다고 신청한 42개 집회를 모두 불허했지만, 24일 오후 국민행동본부가 서울역 앞 광장에서 개최한 ‘북핵도발, 디제이(김대중 전 대통령) 규탄 총궐기대회’는 허용했다. 경찰은 이 집회에 대해 “서울역 앞은 도심이 아니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은 “보수 성향 단체들의 분향소 철거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는 공존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경찰은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방송국을 찾아 협박을 일삼는 이들 단체한테도 진보 성향 단체들에 적용했던 기준을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왼쪽)국민행동본부와 고엽제전우회 회원들이 24일 새벽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분향소를 부수고 있다. 이 사진은 한 시민이 동영상을 찍어 누리집에 올려놓은 화면을 촬영한 것이다. (오른쪽) 서울시와 중구 직원 60여명이 24일 오후 경찰의 보호 속에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강제철거하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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