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단일 사건으론 최다
“용공” 밝혔다가 보안법 적용 못해
“용공” 밝혔다가 보안법 적용 못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쌍용차 노조원들이 11일 무더기로 구속됐다. 이에 노동계가 “편파적인 법 적용을 하고 있다”며 강경대응 방침을 밝혀, 노조원 무더기 구속 사태는 쌍용차 정상화의 또다른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정우영 판사와 정하정 판사는 11일 새벽,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42명의 노동자 가운데 한상균 쌍용차 노조지부장 등 38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판사 등은 “범죄사실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구속된 26명을 포함해 쌍용차 관련 구속자는 이날까지 모두 64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1997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범식 때 195명이 구속 기소된 사건 이래 12년 만에 최대의 ‘대량 구속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노조원 대량 구속은 ‘노사 대타협’의 정신을 외면한데다, 회사 쪽의 불법·폭력행위에는 눈을 감고 노조 쪽만을 문제삼은 ‘형평성 잃은 처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과잉진압과 불법·폭력행위, 사쪽의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 건도 구속수사를 벌이지 않으면서, 노조 간부들과 정리해고 철회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만 편파적인 법 적용을 하고 있다”며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을 내어 “힘겹게 이뤄진 쌍용자동차 노사합의 정신이 정부에 의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일 공장 진입 과정에서 경찰이 쓰러진 노조원들을 방패와 몽둥이로 무차별 폭행한 데 대해서는 형사처벌은 고사하고 사과 한마디 없다. 또 지난 5~6일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사쪽 직원들이 시민단체 회원들을 각목으로 마구 폭행해 여러 명이 다쳤는데도 이들은 모두 불구속 입건됐을 뿐이다. 또 검찰은 지난 9일 “쌍용차 사태에는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등 ‘용공성이 짙은 외부세력’이 개입됐다”며 “이념서적과 불법 무기류를 압수했고 군사위원회 설치 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이들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또 이날 노조원 등 2명의 체포영장을 추가로 받았으며 12명의 외부인을 포함한 노조 쪽 관련자 52명에게 경찰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속자는 앞으로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이병훈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은 “60여명을 구속 수사하는 것은 사실상 노조의 씨를 말리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쌍용차 대타협 정신에 의거한 노사 상생의 해법보다는 기업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를 철저히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공권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강덕중 평택경찰서장은 “지금까지 밝혀진 불법행위에 대해선 노사를 불문하고 엄정하게 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며 “회사 관련자 16명에게도 경찰 출석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원/김기성, 남종영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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