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질서 위협’을 이유로 경찰이 금지통고한 집회
‘질서위협’ 등 이유…시민단체 “자의 판단” 비판
인권위 “작년 ‘평통사’ 회원 연행, 인권침해” 제동
인권위 “작년 ‘평통사’ 회원 연행, 인권침해” 제동
‘집회의 자유’가 헌법적 기본권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집회 금지 건수가 예년에 견줘 폭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청이 11일 공개한 올 상반기 ‘집회 시위 관련 통계’를 보면, 경찰은 올해 상반기(1~6월)에 모두 347건의 집회를 금지통보했다. 이는 2008년과 2007년 상반기에 각각 133건, 177건의 집회가 금지된 것에 견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심지어 지난해 전체 금지 건수(299건) 보다 많았다.
이 추세대로 가면 올해 집회 금지 건수는 외국 정상들에 대한 경호상의 이유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반대 집회를 무더기 금지한 지난 200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지 사유 가운데 가장 많았던 것은 ‘공공질서 위협’(137건)으로, 자료 집계가 시작된 200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장소경합(104건), 교통방해(43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권단체들은 올해 들어 경찰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가 신고되면 ‘공공질서 위협’ 등의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를 막는 사례가 늘었다고 비판해왔다.
이처럼 경찰의 집회 금지가 늘어나자, 국가인권위와 법원이 경찰의 자의적 공권력 남용을 제지하고 나섰다.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날 “지난해 8월5일 경기도 성남시 심곡동 서울공항 앞에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집회를 열던 평화운동 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관계자 6명을 강제 연행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결정했다. 인권위는 또 성남 수정경찰서장에게 ‘경고’ 조처를 내리라고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성남 수정경찰서는 인권위 쪽에 “평통사는 불법 집회 전력이 있어 집회가 폭력적으로 변할 우려가 크고, 이미 다른 집회가 신고돼 있어 집회를 막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장소경합이 있던 두 집회는 상반된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충돌 우려가 없고, 개최 시점에서 볼 때 폭력적으로 변할 것이란 우려도 없었다”며 “경찰의 금지는 무리한 법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충돌 위험이 없는데 단지 장소경합이라는 이유로 뒤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해선 안 된다”며, 서울 광화문 케이티 본사 앞에서 열려던 평통사 집회를 금지한 경찰 결정(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국가 공권력의 위법한 횡포에 대해서는 조만간 민·형사 소송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