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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특별기고] 북 조문단은 DJ의 ‘마지막 선물’ 이 대통령, 직접만나 매듭풀어야 / 문정인

등록 2009-08-20 19:19수정 2013-06-17 15:37

문정인 연세대 교수
문정인 연세대 교수
특별기고 /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즈음해 북쪽이 ‘특사 조의방문단‘ 파견을 알려왔다. 특사조문단 서울 방문을 계기로 경색 국면의 남북관계가 풀리고 한반도에도 평화의 새로운 기운이 되살아나길 많은 국민들이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북쪽의 특사조문단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번 조문단을 관을 배제한 ‘통민봉관’의 전형적 사례,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노림수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나친 해석이다.

물론 정부의 불만도 이해한다. 북쪽이 통일부라는 당국을 배제하고 김대중 평화센터와 ‘직거래’하는 인상을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북쪽이 우리 정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만일 그런 의도라면 현재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하고 있는 한-미 합동군사연습 ‘을지 프리덤 가디언’이 진행 중이고, 북쪽이 문제 삼고 있는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 발사가 기정사실화된 이 시점에 북쪽이 조문단을 파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북쪽이 조문만 하려고 한다면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 비서만 오면 되지, 대남담당인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까지 보낼 이유가 없다. 특히 특별기를 타고 오면 당일 조문도 가능한데 ‘1박2일’ 체류도 가능하다는 것을 밝힌 것은 남쪽 당국과 뭔가를 모색해보려는 뜻이 담겼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 당국은 이 기회를 백분 활용해야 한다. 북쪽의 이번 특사조문단 파견은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라 할 수 있다. 조문단원 면면을 보자. 김기남 비서, 김양건 부장, 원동연 아태위 실장, 이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며 남북관계를 책임지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과 의도를 이들만큼 아는 고위인사들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이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의 생각은 어떤지, 김 위원장과 북쪽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어떻게 끌고 가려는 것인지 직접 물어 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4월5일 로켓 발사, 5월25일 2차 지하 핵실험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항의도 해야 한다. 개성과 금강산, 그리고 전반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과 구상을 이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우리 대통령의 뜻과 의도를 가감 없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 아닌가.

현 단계에서 복잡하게 얽힌 남북관계 실타래의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통령뿐이다. 북쪽 특사조문단을 직접 면담하고 남북관계에 극적 반전을 가져 올 수 있는 통 큰 정치를 하기 바란다. 그것만이 조기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 그리고 상생과 공영으로 가는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와 민족이 산다.

만일 우리 정부가 북쪽의 이번 특사조문단 파견을 ‘통민봉관’으로 이해하고 이들과 접촉을 피한다면 남북 관계는 물론 남남 관계도 악화시키게 될 것이다. 북쪽에는 대화의지가 없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되고, 남쪽에서는 대북 문제에 대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정부는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이달 초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급격히 개선되고 있고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도 북한을 방문했다. 더 이상 소극적, 수동적 행보를 보여서는 안 된다.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로 마련된 이 기회를 지혜롭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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