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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사라진 맥아더, 사라지지 않은 ‘케넌 설계도’ / 정경모

등록 2009-09-06 18:50수정 2009-09-07 02:21

1950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소련 대표 말리크(가운데 손 든 사람)가 ‘중공군의 한반도 철수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케넌은 51년 5월 31일 말리크를 만나 휴전회담 의사를 전했고 이를 소련이 받아들여 7월 8일 첫 휴전 예비회담이 열렸다.
1950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소련 대표 말리크(가운데 손 든 사람)가 ‘중공군의 한반도 철수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케넌은 51년 5월 31일 말리크를 만나 휴전회담 의사를 전했고 이를 소련이 받아들여 7월 8일 첫 휴전 예비회담이 열렸다.
정경모-한강도 흐르고 다마가와도 흐르고 90




6·25 전쟁이 발발하여 서울이 인민군에게 점령당한 것이 1950년 6월 28일이었고,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맥아더의 연합군이 서울을 수복한 것이 9월 28일이었는데, 연합군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10월 7일 38선을 넘어 북진을 계속하다가 중공군의 저지로 일패도지한 나머지 이듬해 1·4 후퇴로 다시 한번 서울을 점령당하는 비극을 겪지 않았소이까.

이 일련의 사태, 특히 서울이 언제 점령당했으며, 또 언제 수복되었나에 관한 구체적인 날짜는 6·25 전체의 역사적인 뜻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자료이니만큼 머리에 기억해 두기를 바라는 바이외다.

아무튼 1·4 후퇴 후 다시 한번 맥아더 군대가 서울을 수복하게 된 것은 1951년 3월 14일이었는데, 이번에도 연합군은 반격을 멈추지 않고 계속 38선으로 접근해 간 것이었소이다. 그러나 6·25 전쟁이 자칫 제3차 세계대전을 촉발하게 될 것을 우려한 트루먼 당시 미국 대통령은 3월 23일에 이르러 거기서 전투를 정지하고 휴전회담을 시작하라는 자신의 뜻을 맥아더에게도 통지하였던 것이외다.

그러나 맥아더는 대통령의 의사를 무시하고 바로 다음날인 3월 24일, 전선 시찰을 위해 38선을 향해 출발하기 직전 비행장에서 군사작전의 범위를 조선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만주 내륙부까지 폭격을 하겠다는 위협적인 성명을 발표했던 것이외다.

이 성명에 화가 난 트루먼은 4월 11일 맥아더를 해임하게 되는 것인데,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맥아더는 ‘케넌 설계도’대로 전쟁을 계속하려는 적극파였고, 그것은 위험하니 일단 전쟁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소극파가 트루먼이었다는 사실이외다.

아무튼 트루먼은 국무부를 떠나 휴직중이던 케넌을 불러 무엇인가 의논을 거듭한 끝에 케넌을 시켜 소련의 유엔대표 말리크를 만나 휴전회담에 관한 미국의 의사를 알리게 한 것이었소이다. 그것이 5월 31일이었는데, 물론 케넌의 등장은 우연일 수도 있겠으나 6·25 전쟁 전반에 걸친 토의를 위하여 그 시점에서 트루먼이 케넌을 불러냈다는 것은 역시 흥미로운 사실이라 아니할 수 없지 않소이까.

아무튼 ‘케넌 설계도’를 곧이곧대로 실현하고자 재차 38선을 넘어 만주로 진격하려던 맥아더는 트루먼에 의해 파면당하고, 케넌과 말리크의 밀담을 거쳐 교전 쌍방간의 휴전 예비회담이 개성에서 열린 것이 7월 8일, 그 후 자리를 옮겨 판문점 회담이 시작되는 것이 10월 무렵부터였소이다. 그렇다면 미국 극동정책에서 ‘케넌 설계도’는 말짱하게 취소되었는가 하면 절대로 그렇지는 않았소이다.

여기서 내가 앞서 글(35호)에서 말한 일본의 ‘55년 체제’를 상기해주기를 바라는데, 55년 체제라는 것은 사회당 등 약간이라도 좌익적 냄새를 풍기는 정당들은 모조리 만년 야당으로 몰아넣고서, 친미반공을 내세우는 자민당의 영구집권을 가능케 하는 체제를 말하는데, 이 체제의 구축에 중심적인 구실을 한 사람이 52년 정계로 복귀한 기시 노부스케였던 것이오이다.


그러면 55년 체제에서 자민당이란 어떠한 성격의 정당인가? 내가 앞서 글(53회)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언젠가는 ‘미쓰야 비밀군사작전’을 발동시켜 조선반도를 석권함으로써 38선을 압록강 밖으로 밀어내어 일본인들이 저승에 가서라도 청일, 러일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메이지시대의 조상들을 떳떳한 낯으로 뵈올 수 있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는 정당이 자민당이 아니오이까.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한편 한반도의 상황은 어떠한 것이오이까. 일본의 메이지 시대를 본받은 유신독재 아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박정희가 공교롭게도 만군 출신이었고, 그의 배후 세력이 일본 ‘만주벌’의 총수일 뿐만 아니라, 그 옛날 ‘만주국’을 쥐락펴락하던 기시 노부스케였다고 하면, ‘케넌 설계도’는 소멸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소이까.

무릇 개인사조차도 모든 것이 ‘예정대로’, 또는 ‘설계도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소이까. 그러니 비록 오늘의 동아시아 형세가 ‘케넌 설계도’ 그대로라고는 할 수 없으되, 미국-일본-한국을 연결하는 지금의 구도에 대해 내가 만일 ‘케넌 설계도’의 하나의 변형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건 당치도 않은 궤변이라고 말할 수 있겠소이까?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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