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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조선 침탈 원흉 길러낸 ‘요시다 쇼인’ / 정경모

등록 2009-09-08 17:59

일본 우익들이 ‘메이지 일본의 설계자’로 추앙하는 요시다 쇼인(왼쪽)과 그가 19세기 중반 야마구치현 하기에서 운영하던 사숙 ‘송하촌숙’(오른쪽)의 전경. 조선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와 소네 아라스케, 조선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등 조선 침탈자들이 모두 그의 제자들이다.
일본 우익들이 ‘메이지 일본의 설계자’로 추앙하는 요시다 쇼인(왼쪽)과 그가 19세기 중반 야마구치현 하기에서 운영하던 사숙 ‘송하촌숙’(오른쪽)의 전경. 조선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와 소네 아라스케, 조선 총독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등 조선 침탈자들이 모두 그의 제자들이다.
정경모-한강도 흐르고 다마가와도 흐르고 92
일본은 태곳적부터 조선 땅을 지배해 왔노라고 주장하는 근거로서 일본 사람들이 곧잘 자기들의 신화를 내세운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얘기에서도 몇 차례 밝힌 바 있지 않았소이까.

그중에서도 일본의 ‘신공황후’(神功皇后)가 정벌군을 이끌고 삼한을 정복한 결과, 3세기부터 8세기에 이르는 500년 동안 삼한 땅은 일본의 지배하에 있던 고유의 속주였다는 오카쿠라 덴신의 주장(81회)은 특출한 것인데 그 신공황후는 도대체 어떠한 인물인가. 신공황후 신화는 오늘을 사는 일본인들이 품고 있는 메이지시대에 대한 향수나 집착과도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는 것이니만치, 지루하고 허황된 잠꼬대라고 일소에 부치지 말고 꼼꼼하게 들어주기 바라는 바이외다.

우리나라의 <삼국사기>에 해당하는 사서가 <일본서기>(720년 편찬)인데, 신공황후에 대하여 이 책은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소이다.

“신공황후가 하늘의 도움을 받아 군선을 거느리고 포구를 출발하니 풍신(風神)은 바람을 일게 하고 파신(波神)은 물결을 일으켜, 함대는 돛을 올리거나 노를 저을 필요조차 없이 신라 땅에 당도하니, 군선은 바다를 덮고 깃발은 일광에 빛나며 고적 소리는 산천을 울려, 신라 임금은 몸을 벌벌 떨면서 해가 서쪽에서 뜨고 알천 강물이 거꾸로 흐르지 않는 한 봄과 가을 두 차례의 조공을 거르지 않겠노라고 맹세하였다. 백제와 고구려 두 나라는 신라가 일본에 항복했다는 말을 듣고 그 왕들이 진영 밖에서 머리를 숙여 일본을 섬기는 서쪽의 속국으로서 조공을 바치겠노라고 맹세하였다.”

여기서 메이지 일본의 설계도를 그린 선각자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요시다 쇼인(1830~1859)을 소개하고자 하외다. 내가 앞 글(82호)에서 우상 중의 왕초 우상이라고 지적한 인물이 바로 이 사람인데, 이 사람은 메이지유신 이전에 바쿠후(막부)에 의해 처형당한 인물이지만 이토 히로부미(초대 조선통감), 소네 아라스케(2대 통감), 데라우치 마사타케(초대 총독) 등등 조선을 침탈했던 역사상의 인물들 모두 그가 자기의 사숙(私塾)인 송하촌숙(야마구치현 하기시)에서 길러낸 제자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외다. 그가 어떠한 사상으로 제자들을 훈육하였나, 이 짧은 글에서 그 전모를 밝힐 수는 없으되, 그가 남긴 다음 두 마디의 말은 꼭 기억해 두기를 바라는 바이외다.

“러시아나 미국과 같은 강국에 대해서는 신의를 돈독히 하여 우호관계를 맺음으로써 국력을 기른 연후에,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조선과 만주 그리고 중국의 영토를 점령하여 강국과의 교역에서 잃은 것은 약자에 대한 착취로써 메우는 것이 상책이니라.”

“류큐(流球)를 손에 넣고 조선을 빼앗은 후에, 만주를 무찌르고 중국을 제압하며, 더 나아가 인도를 넘겨다보면서 공세를 취하여 본토의 방위를 굳힘으로써, 신공(神功)이 다하지 못했던 바를 이룩하며, 풍신(수길)의 유지를 이어받는 이외에 다른 길은 없을 것이니….”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유지’는 알만하다손 치더라도, ‘신공이 다하지 못했던 바’가 운위되어 있어 이따위 황당무계한 신화가 메이지시대의 침략적 일본을 분기·격려시키는 수단으로 동원되었다는 사실에 나 자신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소이다.


메이지 일본의 설계자는 요시다 쇼인이었고,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제자들에 의하여 요시다가 머리에 그렸던 설계도대로 메이지 이후의 일본이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서, 한-일 국교정상화 3년 뒤인 1968년 일본이 국력을 기울여가며 화려하게 거행하였던 ‘메이지 100년 기념제’ 때의 선언문을 음미해 보기를 바라는 바이외다.

“오늘까지의 일본의 영광스러운 100년의 역사는 앞으로 올 100년의 새로운 영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며, 오늘 거행되는 100년 기념식전은 일본의 제2의 비약을 약속하는 것임을 나는 믿어 마지않는 바이다.”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메이지 100년은 조선의 ‘굴욕과 비애’를 뜻하는 것이나, 아무튼 이상의 기념사를 낭독한 사람은 사토 에이사쿠였는바, 그는 한-일 수교 때의 총리였으며, ‘55년 체제’를 구축한 기시의 친동생이기도 하오이다.

한마디만 더 여기에 덧붙인다면, 메이지시대를 설계한 선각자 요시다 쇼인은 도쿄 구단자카에 자리잡고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신위 제1호로 모셔져 있을 만큼 일본인들이 숭앙하는 인물이외다.

역대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에 가서 혀리를 굽혀 절을 할 때, 실상 누구에게 절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아두기를 바라는 바이외다.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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