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기자
검찰은 엊그제 편파·과잉 수사 논란을 피하고 압박 수사 관행을 깨겠다며 ‘수사 패러다임 변화’를 선언했다. 별건 수사와 장기 내사를 줄이고, 구속영장 기각 사건은 원칙적으로 최장 20일 안에 끝낸다는 ‘신속 수사’ 방침도 내놨다.
그러고 바로 다음날, 검찰은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를 종결했다. 20개월 동안 진행한 수사의 결과라며 관련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기 때문에 각별히 주목받았던 사건이다. 조석래 회장이 집 수리 등에 회삿돈을 쓴 단서가 나왔지만, 수사는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검찰의 새 수사 방향에 따르자면 효성을 압박하기 위해 별건 수사를 할 수도,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된 사건을 오래 끌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검찰은 이번 수사 종결이 새 수사 패러다임에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수사 기간이 늘어질 때에는 이유가 있다. 내용이 복잡하거나, 증거 확보가 쉽지 않거나, 그것도 아니면 바로 종결해 버리기에는 눈치가 보일 때다. 이번 수사는 특별수사의 정예가 모였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맡았다. 그럼에도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부장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게다가 검찰은 추석 연휴가 임박한 지난 30일, 일과시간 이후에 짤막하게 수사 종결 사실을 알렸다. 과거 민감한 사건을 떨어낼 때 흔히 보이던 행태다.
이 사건 처리가 묵은 수사 관행의 ‘땡처리’인지 새 수사 방향도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고편’인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떡잎부터 부실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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