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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흔들리는 행정도시 건설현장엔 침묵만

등록 2009-10-15 21:15수정 2009-10-15 22:28

1단계 2구역 부지만 조성…2·3단계는 “발주준비중”
주민들 “정부믿고 고향 내줬는데…원안 추진해야”
굴착기의 굉음도, 분주히 오고 가는 공사 차량도 없었다. 운행을 멈춘 삽차와 덤프트럭이 공사장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었고, 한때 부지 조성 공사를 벌였던 땅은 온통 파헤쳐진 채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쩌다 덤프트럭 몇 대가 오갈 뿐이었다. 15일, 충남 연기군 남면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 현장은 건설공사장의 분주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행정도시를 기업·대학도시 등으로 변경하려는 정부·여당의 움직임에 따라 행정도시가 들어설 예정지에서는 대부분 공사가 중단된 모습이었다.

행정도시에서 정부가 진행중인 공사는 터파기를 마치고 골조 공사 중인 총리실 하나뿐이다. 총리실은 1단계 1구역 공사로 지하 1층, 지상 4층, 전체면적 1만3026㎡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하지만 공사 진척률은 7.6%에 불과하다. 다른 9부2처2청의 14개 정부청사가 들어오기로 한 공간은 건축 공사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 등 경제부처가 들어갈 1단계 2구역 공사는 터만 닦여 있고, 나머지 2단계, 3단계 구역은 아직 ‘발주 준비중’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행정도시건설청의 한 관계자는 “이전기관 변경도 고시되지 않았고, 세종시특별법도 통과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겠느냐”며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와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 상황을 봤을 때, 행정도시는 변경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홍석하 세종특별자치시 정상추진 연기군 주민연대 사무국장은 “예정대로라면 건물들이 이미 올라가 어느 정도 도시 모습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은 땅만 파헤쳐 놓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행정도시 건설 의지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첨단 지식 기반, 의료·복지, 대학·연구, 과학·산업, 문화·국제교류 등 행정도시의 주요 특화지역 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일부 지역에 부지 조성 공사만 이뤄졌고, 첫 삽을 뜬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민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사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세종시 첫마을’ 건설 사업이 공정률 40% 정도를 보이고 있지만 행정도시 자체가 흔들리면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생계수단이자 삶터를 내준 주민들은 혼란스러움과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행정도시 예정지 원주민 강희붕(63)씨는 “고향의 논밭을 다 내주고 행정도시 건설 현장에서 간신히 일자리를 얻어 생계를 유지하는데 이 사업이 무산되면 이곳 주민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김기춘(43)씨도 “정부가 과학·기업도시 같은 말로 이곳 주민과 국민들을 속이려 하는데, 이것은 행정도시를 안 하겠다는 말”이라며 “행정도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도 푸념과 성토가 나왔다. 건설 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계획대로라면 건축 공사 단계에 진입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공정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며 “대전의 수돗물을 행정도시로 연결하는 공사도 최근 별다른 이유 없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 대해 행정도시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행정도시건설청은 “현재 정부·여당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우리 청은 법령에 따라 행정도시 건설사업을 진행해 나갈 뿐”이라고 밝혔다.

연기/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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