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행정도시에 파격지원…기업들 몰려갈 것”
원주 공정률 2.2%…충주 유치기업 한곳도 없어
원주 공정률 2.2%…충주 유치기업 한곳도 없어
정부가 행정도시를 행정 중심 도시가 아닌 기업 중심 도시로 바꾸겠다고 주장하면서 6개 기업도시, 2개 첨단의료복합단지(첨복단지) 등을 추진해온 지역들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잖아도 이명박 정부의 소극적 태도와 경제상황 악화 탓에 사업이 부진한 상황인데, 정부의 지원이 행정도시에 집중될 경우 기업도시나 첨복단지는 껍데기만 남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노무현 정부는 행정도시·혁신도시와 함께 강원 원주·충북 충주(지식기반형), 충남 태안·전북 무주·전남 영암·해남(관광레저형), 전남 무안(산업교역형) 등 6곳에 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기업의 지역 이전을 통한 투자 유발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며 제안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기업도시에는 현재 행정도시에서 추진하는 기업 이전 지원과 세금 면제 등 파격적 지원이 잇따랐다.
그러나 기업도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 기업들이 나서지 않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고, 정부가 바뀐 뒤 경제난까지 겹치면서 거의 빈사 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공사를 시작한 곳은 충주와 원주 두 곳인데, 지난해 11월 착공한 원주는 공정률이 2.2%이며, 다음달 분양을 계획중인 충주는 유치한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정용선 원주기업도시 기획홍보팀장은 “낮은 토지가격과 세금 혜택 등 중앙정부의 파격적 지원이 행정도시로 집중된다면 기업도시는 사실상 문을 닫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주 기업도시 등 착공도 못 한 나머지 기업도시들의 사정은 말하나 마나다. 박성서 무안군 기업유치담당은 “지방으로 옮기려는 기업 가운데서도 알맹이는 모두 세종시로 가고 기업도시는 껍데기만 남을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8월 첨복단지를 유치한 충북 오송과 대구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구시 신서동 혁신도시 안에 100만㎡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는 대구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국책기관 7곳과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역시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세종시의 기업 유치 내용이 첨복단지와 중복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가 세종시를 어떤 기업도시로 바꾸는지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행정도시와 10~20㎞ 떨어진 오창 과학산업단지, 오송 생명과학단지, 오송 첨복단지를 조성중인 충북도는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정순 충북도 경제통상국장은 “정부가 각종 혜택을 세종시에 몰아주면 좋은 기업들은 모두 세종시로 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종 충북경실련 대표(충북대 전 교수)는 “행정도시에서 행정 기능을 빼면 전국의 기업도시·혁신도시나 첨단의료복합단지 등도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행정도시만이 아니라, 전국 지역경제의 판을 흔드는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광주 청주/구대선 안관옥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