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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망명자의 ‘통일운동’이 불러일으킨 공감 / 정경모

등록 2009-12-01 18:58

필자는 일본에서 홀로 잡지 <씨알의 힘>과 팸플릿 <립>(粒·사진)을 펴내며 40년 망명생활을 이겨냈다. 1991년 7월 창간한 16쪽짜리 간행물 <립>은 2004년 8월 42호까지 13년 동안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인들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줬다.
필자는 일본에서 홀로 잡지 <씨알의 힘>과 팸플릿 <립>(粒·사진)을 펴내며 40년 망명생활을 이겨냈다. 1991년 7월 창간한 16쪽짜리 간행물 <립>은 2004년 8월 42호까지 13년 동안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인들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줬다.
정경모-한강도 흐르고 다마가와도 흐르고 127
항용 아는 것은 쉽지만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다고들 하지 않소이까. 그것을 한문으로는 ‘지이행난’(知易行難)이라는 넉자의 관용구로 표현하는데, 그것은 참말일까. 오히려 반대가 아닐까 하는 사실을 검토해보고자 하오이다.

장구한 세월 중국의 개혁운동을 이끈 쑨원 선생의 소감인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위인지를 알게 하는 것, 그것이 어려운 것이며, 한번 알게 되면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것은 차라리 쉬운 것임을 그는 깨달았던 것이외다. 그래서 쑨원 선생은 앞에서 말한 넉자 관용구에서 이와 난의 위치를 바꾸어 ‘지난행이’(知難行易), 즉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며 오히려 행하는 것은 쉽다라는 휘호를 많이 남겼다고 들었소이다.

운동이라는 것은 결국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 바탕이 아니오이까. 나 자신 일본에 와서 몇십년 동안 망명생활을 하면서 한 일이 있다면 말이나 글로써 가슴속에 있는 것에 대해 공감을 호소하는 일이었는데, 참으로 그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소이다. 공감은커녕 악감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비일비재였으나, 아무튼 내가 글을 써낸 잡지 <씨알의 힘>(1~9호)과 16쪽짜리 팸플릿 <립(粒·Ryu·씨알)>(창간준비호~43회)에 수록된 독자들의 투고문들을 추려서 그 일부를 여기에 나열해볼까 하는데, 내가 강요해서 보내온 것들이 아니니, 아전인수나 자화자찬이라는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바이외다.

△반도를 짓누르는 역사를 배경으로 엮은 정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무거운 죄책감과 가슴을 조여오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도쿄 고이케 다메지)

△‘상실된 민족공동체의 회복’을 호소하는 정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 일본인들의 운동에는 이에 견줄 만한 논리가 없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었습니다.(일한연련 무토 이치요)

△반도를 짓누르는 역사를 배경으로 엮은 정 선생의 글을 읽으면서 무거운 죄책감과 가슴을 조여오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도쿄 고이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나 친미반공에 물들면서 자라난 저는 여운형 선생 등 빨갱이를 미워하는 것이 기독교인의 본분인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에 온 후 미국이라는 나라의 본질을 알게 되고, 더구나 선생께서 내시는 <씨알의 힘>을 읽으면서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씨알의 힘>은 발간이 시작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일본말을 해독하는 재미동포들 사이에서는 이미 ‘수집가의 소장품’(collectors’ item)이 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의 후배(경기중학)로서 자랑을 느낍니다.(미시간 송석중)

△‘남북의 통일과 일본의 평화’가 같은 동전의 앞과 뒤라는 정 선생의 주장에 전면적인 동감을 느낍니다.(나스 군지 미쓰오)

△잠에서 깨어보니 일본 자위대가 조선반도에 상륙해 있더라-이런 사태는 절대로 없도록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되겠다고 느꼈습니다.(고가네이시 이토 지에코)

△식민지 시대에 배운 일본말은 해방 후 말끔히 잊으려고 했는데 요즘 ‘씨알’을 읽으면서 일본말을 해득하고 있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다음호가 기다려집니다. (보스턴 박기식)

△일본을 방문한 독일 브란트 총리와의 회담기를 읽고 감명을 느꼈습니다. 일본 정계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브란트 총리와 같이 참으로 인간다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정치가가 눈에 띄지 않아 조선(한국) 사람 여러분께 미안함을 느낍니다.(고가네이시 이토 지에코)

△<씨알의 힘>은 일본열도에 우뚝 솟아 있는 양심과 지성의 거봉, 찢겨진 산하를 구하려고 난기류 속의 세계를 향하여 양심과 지성의 깃발을 휘날리는 씨알의 힘, 몽양 여운형 선생에 대하여, 또 조국의 하나됨을 위하여, 나는 항상 텔레파시를 통하여 씨알의 힘과 대화를 나눈다.(서울 이기형·시인)

△문익환 목사님 추도식 때 서울서 오신 스님(지선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문 목사는 남북간에나 종파간에나 벽이 없이 사시다 가셨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요코하마 오미지)

△1972년 여름 내가 살고 있는 가마쿠라에서 열변을 토하시는 정경모 선생을 처음으로 만나뵌 후 오랜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제국주의로부터 일본의 자기해방을 원하는 내가, 주변 강대국의 억압을 물리치고 민족의 하나됨을 이루려고 분투하시는 정 선생과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였다는 것에 긍지를 느낍니다.(가마쿠라시 이와바야시 아키라)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문 목사 부인 박용길 장로께서 김 주석 소상에 참석하신 후 평양을 떠나실 때 그렇게도 많은 시민들이 나와 길 양옆을 메우고 있는 광경의 사진(<아사히> 1975년 8월1일치)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38선을 넘으실 때 마치 손주들과 같은 남쪽 국군들이 정중하게 모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체포연행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군인들의 부축을 받으시며 무사히 서울로 돌아가신 것이라고 믿고자 합니다.(도쿄 임전혜)

△매호 잡지를 읽으면서 현대를 사는 우리 민족 안에 이렇게까지 냉철하게 역사를 꿰뚫어보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정경모 동지와 같은 인물을 벗으로 갖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캐나다 최홍희)

정경모 재일 통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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