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사 모리스스즈키(59)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 교수
재일조선인 북송 연구한 모리스스즈키 교수 방한
“과거사 청산의 첫 걸음은 ‘사과’입니다.”
재일 조선인의 북송 사업에 대한 연구인 <북한행 엑소더스>(2007)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테사 모리스스즈키(59·사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 교수(태평양아시아 학부)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초청으로 지난 1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 4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동아시아에서 과거사 문제가 확실히 정리되지 못한 것은 역사 청산의 제일 첫걸음인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과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예로 드는 것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노력이다. 지난해 2월 케빈 러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지난 세기 폭력적으로 진행된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애버리지니’에 대한 동화 정책에 대해 역사적인 사과문을 발표했다. 피해자였던 애버리지니 할머니들을 국회에 불러 놓고, 그 앞에서 눈을 보며 “잘못했다”고 사과한 것이다. 모리스스즈키 교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경험이 100% 완벽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일본 민주당 정부도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하토야마 총리가 의회에서 피해자들을 불러 놓고, 눈을 보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역사의식을 반영하는 자세로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모리스스즈키 교수가 동아시아 과거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의 특이한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나 자신도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거주지를 옮긴 국제 이주민자이고, 일본인과 결혼한 마이너리티(소수자)였다”며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식민지의 나쁜 유산이 있는데 일본을 통해 같은 문제를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모리스스즈키 교수가 천착한 것은 ‘재일 조선인’들에 대한 ‘북송 사업’이었다. 그는 50년 만에 기밀 해제된 국제적십자사 문서를 연구해 “이 사업은 좌파적 색채를 가진 ‘골칫덩이’들인 재일 조선인을 일본에서 몰아내기 위해 일본 정부가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글·사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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