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의 김아무개씨(맨 앞) 등 중년의 남성들이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주유소에서 고객의 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김씨는 이곳에서 하루 7시간동안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40대는 사업실패·실직탓, 30대는 취업난에 내몰려
고용·복지정책 사각지대, 계층격차·사회보험 악화
직업훈련 등 대책 마련, 노동시장 진입 지원해야
고용·복지정책 사각지대, 계층격차·사회보험 악화
직업훈련 등 대책 마련, 노동시장 진입 지원해야
고용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과거 학생들이 일하던 아르바이트 자리에까지 30~40대가 몰리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이 낮고 뚜렷한 대책이 없어 이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27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40대 아르바이트 구직 희망자는 전해인 2008년보다 35.7% 증가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프리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정유훈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 프리터는 20대에 아르바이트로 취업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뒤 30대에 들어서도 안정된 직장을 얻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40대 프리터는 사업 실패나 실직으로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에 내몰린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과거 30~40대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도 갈 곳이 있었다. 혹독한 노동조건이지만 남성은 건설현장 일용직이나 운전직 등에서, 여성은 가사도우미·미화원 등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너무 많은 사람이 밀려들다 보니, 주유소·편의점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업종에서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 30~40대 프리터들은 정부의 고용정책과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청년실업 대책에선 나이가 많아서, 노인복지 대책에선 나이가 젊어서 제외된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사회 전체의 부담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단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계층이 늘면 계층간 격차는 더욱 벌어져 사회불안이 가중된다”며 “의료보험료 등을 내는 청장년층이 줄어 사회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30~40대 프리터들이 근로능력이 없는 노년이 되면 사회보험 우산에도 들어 있지 못한 상태라 더 곤궁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돈이 모이면 외국여행 등으로 자유로운 삶을 보내는 등 일부 청장년층이 스스로 프리터족을 선택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19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그대로 두면 사회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유훈 연구위원은 “일본은 매년 프리터를 30만명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실직자의 재도전 기회를 늘리고 직업훈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이런 대책에 힘입어 우리와 달리 2003년 이후 프리터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처럼 중장년층이 일자리 부족으로 아르바이트 시장에 내몰리고 있지만, 지방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고용시장의 왜곡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소규모 사업장(5~9인)의 부족인력은 7만명에 이르러 부족률이 4.3%에 이른다는 게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정유훈 연구위원은 “정부가 청장년층 프리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선 소장도 “정부가 30~40대를 위한 직업훈련을 확대하고 재도전 기회를 늘려,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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