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령화(52)씨
러시아 크라스노고르스크서 한글 가르치는 김령화씨
지난해 10월부터 ‘폐교위기’ 배움터 지켜
동포귀국·교사일 기피현상 탓 선생님 부족
지난해 10월부터 ‘폐교위기’ 배움터 지켜
동포귀국·교사일 기피현상 탓 선생님 부족
“아이들 가르치는 건 재미 있어요. 아이들도 잘 따라오는 편이구요. 그런데 주변 여건이 너무 걱정이예요.” 러시아 사할린의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서북쪽으로 180여㎞ 떨어진 작은 마을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 만난 한국어 교사 김령화(52·사진)씨는 2009년 10월부터 폐교 위기에 놓인 이곳 한글학교를 지키고 있다. 그는 중국 훈춘 출신의 재중동포로 1981년 사할린으로 옮겨왔다. “원래 사할린의 한국어 교사는 대부분 사할린 조선사범전문학교를 나온 1~2세대 동포들이었거든요. 이분들이 2000년부터 한·일 양국 적십자가가 추진한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에 따라 귀국을 했어요. 그 바람에 우리 같은 지방 도시에는 한국어 교사들의 씨가 말랐죠.” 곁에 선 문종기(63) 크라스노고르스크 한인회장이 말을 거든다. 사할린 한국어교육원(이하 교육원·원장 정창윤)의 자료를 보면, 2009년 현재 사할린에는 공식과 비공식을 합쳐 모두 26개의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국립 사할린종합대학 한국어과 졸업생 등 정식 교사 자격증을 가진 젊은이들이 월급이 적어 지원을 하지 않는 탓에 교사 부족 상태가 심각한 상태다. 크라스노고르스크 한글학교도 한때 폐지의 아픔을 맛봤다. 한인이 150명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 이곳에는 원래 조선사범을 나온 황은수 교사가 있었지만 2년 전 한국으로 영주귀국을 했다. 이후 한국에서 온 선교사들이 잠시 운영하다가 지난해 2월 폐교되고 말았다. 그러나 문 회장이 한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김씨를 설득해 교사로 앉히면서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다시 문을 열었다. 재외동포재단이 교육원을 통해 지원한 한글학교 지원비 1500달러가 큰 힘이 됐다. 현재 이곳 한글학교는 ‘방과후 학교’에 해당하는 ‘어린이 문화센터’ 2층에 자리하고 있다. 수업은 매주 금요일 2~4시. 재개교 했을 때 학생이 12명까지 늘었지만 신종플루 사태 이후 지금은 절반 정도만 출석한다. 김씨는 “정식 학교에서 주말에 수업을 하면 아이들이 더 많이 올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김씨는 정식 교사 자격이 없어 11년제로 구성된 러시아의 학교에서는 수업을 할 수 없고, 어린이 문화센터는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사할린 한국어교육원은 교사난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선생님들을 교육원이 있는 유즈노사할린스크로 불러 모아 한국어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3년 동안 6만6천달러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사할린종합대학 한국어 과장인 임엘비라는 “사할린은 해방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한인들의 한이 맺힌 지역”이라며 “후손들이 민족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도록 한국인들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라스노고르스크/글·사진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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