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 17일 무죄를 선고받은 김형근(50) 전 교사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는 발언을 하자 공개질의서를 보내 해명과 사과를 촉구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주지법의 ‘빨치산 교육’ 교사 무죄 판결에 대해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기본이 되는 정통성을 이렇게 무너뜨리고 훼손한다면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교사는 이날 오후 정 대표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 “‘역사의 돌이킬 수 없는 죄’라는 말은 저와 학생들의 통일운동이 죄라는 것이냐? 아니면 법원의 무죄판결이 죄라는 말이냐”고 묻고, “이 부분을 확실히 밝혀 주시고 잘못 말씀하셨다면 공개사과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교사는 “정 대표의 선친이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가서 통일의 물꼬를 트고 왔으며 남북경제의 활로를 열어가지 않았냐”며 “법원에서 무죄를 내린 판결 내용을 한번이라도 읽어 보시고 발언을 하셨냐? 판결문이 없으면 보내드릴 용의도 있다. 반드시 읽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교사는 “정 대표가 ‘해당 교사의 집에서 북한 혁명가요를 암호로 베낀 것에서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은 인류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사상이라는 글까지 나왔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자기 편리를 위해 문단의 의미를 줄여 쓰는 것도 암호냐”고 물었다. 김 전 교사는 또 “북한의 혁명가요라는 것도 광화문 통일부 북한자료 센터에서 보고 기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는 5.18민주항쟁 때부터 지금까지 사회정의를 위해 6번이나 감옥에 가고 3년 가까이 투옥됐다”며 “민족과 역사 앞에 치열하게 성찰하며 하늘 아래에서는 당당히 살아왔다”고 덧붙였다.
김 전 교사는 “집권당 대표의 발언은 3권 분립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로써 하나의 당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나라의 근본마저 부정하는 것”이라며 “공개해명 요구는 정몽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 대표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끝맺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에게 보내는 질의서
통일교육 교사 무죄 판결에 대한 정몽준 대표의 발언을 잘 보았습니다.
정몽준씨는 개인이 아니라 현 집권당의 당대표이기 때문에 발언의 무게가 무겁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법원의 무죄판결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내용입니다.
이번 발언은 3권분립에 대한 법의 권위에 정면도전이고, 민주주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로써, 하나의 당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나라의 근본마저 부정하는 형태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저는 교사였습니다. 지금까지 통일교육을 하면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화해 평화, 자주 통일을 가르쳐야 할 교사가 대립과 불신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북 양정상간 6.15공동선언이 있은 다음에는, 남북교류가 시작되고 남북 배달겨레 모두가 적대적 감정을 지우고, 서로 따뜻함을 느끼고 그리운 정감이 오고 갔습니다.
통일은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몫이고, 통일 이후에 찬란한 조국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안겨주는 것이 교사의 몫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그들이 살아갈 미래의 희망과 책임을 전해주어야 했습니다.
이것이 나의 교사로서 양심이었고 실천이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교육행위는 칭송과 표창이 되어서 교육부장관의 상을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15대 대통령 퇴임 후(2008년 1월께), 김대중 도서관 컨벤션센타에 학생들과 함께 하례회를 참여했습니다. 그 때 관촌중학생 신아무개(서울소재 대학교 1학년)가 김대중 (전)대통령께 직접 중학학교의 통일운동을 설명해 주어,
그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님 내외분을 비롯하여 참석자들이 모두 기뻐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저의 통일교육과 학생들의 통일운동에 관해서는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정몽준 당 대표에게 묻습니다.
발언에서 말씀하신 ‘역사의 돌이킬 수 없는 죄’가 저와 학생들 통일운동이 죄라는 겁니까?
아니면,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 ‘역사의 돌이킬 수 없는 죄’란 말입니까?
저에게 이 부분을 확실히 밝혀 주시고, 잘못 말씀하셨다면 공개사과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 문제에 관해서라면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대표님을 만날 용의가 있습니다.
지난 일이지만, 대표의 선친이신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가서 통일의 물코를 트고 왔으며 남북경제 활로를 열어가지 않았습니까?
정대표님, 법원에서 무죄를 내린 판결내용을 한번이라도 읽어 보시고 발언을 하셨습니까?
판결문이 없으시면 보내드릴 용의도 있습니다. 대표께서는 반드시 읽어보셔야 합니다.
저는 판결문을 들을 때, 제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서 기뻤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보석 석방되었을 때, 전주 완산갑 보궐선거에 출마한 적도 있습니다.
의회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내용이고, 지금도 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정대표님 말씀 중에 “해당 교사의 집에서 북한 혁명가요를 암호로 베낀 것에서부터 북한의
주체사상은 인류 문화를 계승 발전시킨 사상이라는 글까지 나왔다” 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암호라는 것은 비밀스럽게 주고받는 기호화된 통신체계를 말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지식인이 공부하면서 자기 편리를 위해 문단의 의미를 줄여 쓰는 것도 암호입니까?
북한의 혁명가요라는 것도 광화문 우체국 통일부 북한자료 센타에서 보고 기록한 것입니다.
‘우리 씨름이 좋아’라는 노래 등 5편은 특이해, 다른 내용과 함께 노트에 필사해 왔습니다.
판결문에도 개인노트에 신용카드 전표 등 함께 붙어 있는 것으로 보아 전파위험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 정대표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는 억울합니다. 이것은 압수 수색한 후 9개월이 지난 후 저를 구속시켰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암호문을 쓸 정도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다면 그렇게 놓아두었겠습니까?
저는 5.18민주항쟁 때부터 지금까지 올바른 사회정의를 위해 6번이나 감옥에 가고 3년 가까이 투옥되었었습니다.
저는 민주화운동 보상도 당시 죽은 이들을 생각해 자신이 부끄러워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민족과 역사 앞에 치열하게 성찰하며 하늘 아래에서는 당당히 살아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정대표의 잘못된 발언에 대한 공개해명요구는 정몽준 개인에 대한 해명과 요구가 아닙니다.
당신이 한나라당 대표이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입니다.
공사다망하시더라도 답변을 꼭 해 주십시오.
2010. 2. 18 김형근 올림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