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조종사 3명 안타까운 사연
공군 조종사들은 4년 6개월마다 ‘생환 훈련’을 받는다. 피격되거나 항공기의 고장 같은 비상 상황을 가정한 이 훈련의 목적은 말 그대로 ‘살아 돌아오기’다. 여름에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상황을, 겨울에는 적진에 고립된 처지를 가정해 토끼나 뱀 따위를 잡아먹는 방법도 배운다.
하지만 조종사들은 여기서 익힌 내용이 현실에서 쓰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충현(43) 공군 중령은 2007년 7월 공군본부가 내는 월간 <공군>에 실린 조종사 생환 훈련 참가자 인터뷰에서 “훈련에서 배운 것들을 한 번도 쓰지 않고 무사히 전역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 중령은 피하고 싶었던 현실과 마주하고 말았다. 그는 2일 강원 평창에서 발생한 F-5 전투기 추락 사고로 후배 조종사 2명과 함께 순직했다. 공군 18전투비행단 105비행대대의 대대장인 오 중령은 2일 낮 12시20분께 최보람(27) 중위과 함께 복좌식 F-5F에 탑승했다.
공군 관계자는 3일 “베테랑 조종사인 오 중령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후배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애썼던 현장 중심 지휘관”이라고 말했다. 오 중령은 공군사관학교 제38기를 수석졸업했다.
오 중령과 같은 전투기에 탔다가 순직한 최보람 중위는 대대의 막내였지만, 기본비행훈련과정과 고등비행훈련과정에서 각각 비행단장상(1등), 작전사령관상(2등)을 받을 만큼 우수한 조종사였다.
사고가 나기 전 오 중령이 탄 F-5F는 어민혁(28) 대위가 모는 F-5E를 뒤쪽에서 따라붙는 방식으로 전투기동 훈련중이었다. 순직한 어 대위는 어린 딸과 5월 출산 예정인 임신 8개월의 아내를 남겨두고 떠나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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