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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 불교 조동종, 유골 650위 소재 확인

등록 2010-03-09 21:01

조동종 인권옹호추진본부의 승려들이 유골 조사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구도 에이쇼, 이노우에 쇼신, 이토 겐인 사무국장.
조동종 인권옹호추진본부의 승려들이 유골 조사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구도 에이쇼, 이노우에 쇼신, 이토 겐인 사무국장.
[2010 특별기획 성찰과 도전] 경술국치 100년 새로운 100년
<2부> 잊혀진 기억 아물지 않은 상처 ⑥ 유골 신원 단서 담긴 사찰 문서




신원 밝힌건 47위…일 정부가 정보제공 꺼려 지지부진

조선인 강제연행 문제를 다룬 기사나 자료를 보면 일본 불교 종단인 조동종(소토슈)이 자주 나온다. 홋카이도에서 오키나와까지 약 1만5000개의 사찰을 산하에 두고 있는 선종 계열의 유력한 종단이다.

유골조사 활동을 전담하는 기관은 1982년 설립된 ‘인권옹호추진본부’다. 본부 사무국장인 이토 겐인(58)을 비롯해 여러 명의 승려가 나와 취재에 응했다. 이들은 유골 조사에 임하는 기본 자세로 1992년 11월 종무총장 명의로 발표된 참사문(懺謝文)을 들었다. 종무총장은 조계종의 총무원장에 해당한다. 참사문은 흔히 쓰이지 않는 말인데, 과거의 침략전쟁에 가담했던 것을 종단 차원에서 참회하고 반성한다는 일종의 신앙고백이다. 일본인 활동가들은 참사문을 문제의식이나 표현의 명확성 등에서 높이 평가한다. 전문은 아주 길기 때문에 일부분만 인용해보자.

“조동종은 메이지 이후 태평양전쟁 종결까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에서 해외 개교(開敎)의 미명 아래 당시 정치권력의 아시아 지배 야망에 영합해 아시아인들의 인권을 침해해왔다. 우리는 1945년의 패전 직후 당연히 했어야 할 전쟁 책임에 대한 자기비판을 게을리했다. 특히 조선·한반도에서 일본은 왕비 암살이라는 폭거를 범하고 조선을 속국화했으며 병합에 의해 한 국가와 민족을 말살했지만, 우리 종단이 그 첨병이 되어 조선민족의 동화를 꾀하고 황민화 정책 추진의 담당자가 됐다. 우리는 일본의 압정으로 고생한 아시아인들에게 깊이 반성하고, 권력에 가담해 가해자 편에 선 해외 전도의 잘못을 마음속으로 사죄하는 바이다.”

인권옹호본부가 발족한 배경은 일본 사회의 부락민 차별이다. 직접적 계기는 1979년 8월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에서 열린 3차 세계종교인평화회의에서 나온 마치타 소유 당시 조동종 종무총장의 발언 파문이었다. 평화회의 발표 문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부락민이나 인도의 불가촉천민 문제가 거론되자, 전일본불교회 이사장을 겸하고 있던 마치타는 “그런 것은 백년 전의 일이며 지금은 없다”며 문안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부락 차별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해방동맹 등의 단체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마치타의 발언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종단도 내부적으로 조사에 들어가 부락민 차별 용어나 관행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표임원 직속의 인권옹호추진본부를 출범시켰다. 부락민 문제에 대한 승려들의 이해가 높아지자 한센병 환자 차별, 아이누족·재일동포 등 민족차별, 여성차별, 아동학대 등 다양한 문제로 활동 범위를 넓혀 나갔다.

조동종이 조선인·중국인 유골 조사에 나선 것은 강제동원진상규명위가 일본 정부에 가한 압력이 크게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일제 때 조선인 노동자를 사역시켰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유골 파악을 의뢰했으나, 협조하는 기업이 거의 없었다. 일본 정부는 별다른 진척이 없자 2005년 7월 전일본불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조동종은 그해 11월 전쟁 책임과 전후 책임의 일환으로 ‘동아시아 출신 강제징용자 등의 유골 소재 및 관련정보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실무 작업에 줄곧 간여해온 구도 에이쇼(50)는 이제까지의 성과에 대해, 약 130개 절에서 회신을 받아 약 650위의 유골 소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합장·합사돼 개별성이 없는 유골도 있지만 반 정도는 뼈가 상자에 있고 이름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유골을 유족에게 간단히 넘길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본적 등 상세한 신원정보를 알아낸 것이 겨우 47위라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방자치단체의 매장·화장 인허증, 호적, 정부의 징용명부, 기업의 노동자 명부 등 관공서와 기업의 문서를 종합적으로 검색하는 체제가 이뤄지지 않는 데 있다. 그는 일본 정부의 자세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라는 원칙론 때문에 정부가 신원정보 제공을 거부한다기보다는, 적극적이지 않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노우에 쇼신(42)은 전후 60여년의 세월이 흘러 현재 사찰에 남아 있는 기록만으로는 징용 여부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10년 단위의 장기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이제 1차 준비조사가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토 사무국장도 “정부가 하고 민간이 뒤를 받쳐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우리가 정부 책임을 대행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도쿄/글·사진 김효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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