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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국 지도교사들 “공동 역사교육으로 새 미래 열어야”

등록 2010-08-18 19:27

강연수 교사
강연수 교사
[2010 특별기획 성찰과 도전] 경술국치 100년 새로운 100년
④ 공동 역사교육을 위한 실험
“한·중·일 교류사 균형잡힌 교육을”

한국은 ‘선’ 다른나라는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피해야

■ 강연수 (한국)

경기 성남 복정고등학교에서 1학년 <국사>를 가르치는 강연수(34) 교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역사교육은 아이들에게 ‘성찰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모든 나라의 역사교과서는 아이들에게 자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도록 구성돼 있어요. 쉽게 말해 일본과의 교류를 가르칠 때는 우리가 ‘미개한 일본’에 선진 문물을 전수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죠.”

강 교사는 “그러다 보면 주변국들과 교류해온 역사의 전모를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계사> 과목이 있지만 ‘서양 중심, 중국 부중심, 그외의 나라’라는 틀로 짜여 있어 한·중·일 3개국의 교류사를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피해자라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한국은 선, 다른 나라들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심어줄 수 있어요.” 그는 “그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룰 때는 일본의 잘못을 따끔히 지적하면서도 ‘왜 할머니들이 지난 몇십년 동안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을까’ ‘침묵을 강요한 것은 한국의 가부장적 질서 때문은 아닌가’ 등을 함께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낯설게 거리두기’다.

거리두기의 가장 좋은 예는 현재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오타니 컬렉션’이다. 이 유물은 위구르족들이 사는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문화재지만, 20세기 초 일본 니시혼간(서본원)사의 주지 오타니가 이 지역의 동굴을 답사하면서 벽에 그려진 불화들을 약탈해 왔다. 이때 오타니가 모은 약탈품 일부가 조선총독부에 기증되면서 해방 후 우리나라에 남게 됐다.


“아이들이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와야 한다’는 말은 자주 듣잖아요. 그러려면 우리가 갖고 있는 외국의 약탈 문화재도 돌려줘야 하지 않냐고 말하면 당황해요. 그런 고민 속에서 아이들의 사고가 깊어지고 균형잡힌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교사는 “역사를 ‘충분히’ 가르친다는 게 쉽지 않다. 자세히 가르치면 수능을 위해 진도를 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아쉬워했다.


“일 정부, 역사교육 한 방향 몰아가”

종군위안부 등 국가책임 부정…교과서 채택 시민 관심 중요

■ 우메자와 가즈오 (일본)
우메자와 가즈오 교사
우메자와 가즈오 교사

일본 지바여자고등학교에서 일본사를 가르치는 우메자와 가즈오(52) 교사는 “국가가 나서서 다름과 해석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교육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점”을 일본 역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몇년 사이에 교과서 편찬의 지침이 되는 학습지도요령을 고쳐 ‘난징대학살’ ‘종군위안부’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자결’ 등의 문제에서 국가 책임을 부정하거나 언급하지 않으려는 쪽으로 교과서 기술을 유도하다 일본 시민사회와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우메자와 교사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다 보니 교사들도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우익 교과서를 제외한다면,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주변국들의 역사를 대놓고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최근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예전과 달리 지난 잘못들을 꽤 솔직히 기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우메자와 교사의 도움을 받아 일본 고교 역사교과서 <고교일본사 B>(짓쿄출판)의 기술을 보니, 1905년의 을사조약과 1910년의 병합조약에 대해서 (일본이) ‘강요했다’ 또는 ‘밀어붙였다’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제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 학생들이 가해의 역사에 무지한 이유는 뭘까? 우메자와 교사는 “아무래도 가해의 역사는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과서에는 적혀 있어도 선생도 아이들도 그런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견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건 일본이 받은 피해니까 교사도 관심을 갖고 학생들도 공감하게 되는 거죠.” 우메자와 교사는 “내년에 일본의 중학교에서 교과서 채택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 임명하는 지역별 교육위원회다. “교육위원회는 보통 5명으로 구성되는데 3명만 보수적인 사람이 들어와도 보수적인 교과서가 채택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한 시민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역지사지 통해 정의감 길러줘야”

한국 교과서, 난징학살 잘 안다뤄…관점 공유하려는 노력을

■ 루위안웨이 (중국)
루위안웨이 교사
루위안웨이 교사

“한국의 역사교과서가 난징대학살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좀 놀랐습니다.”

중국의 난징사범대학교 부속 중학교(중국은 중·고등학교를 통합해 중학교라 부름)의 역사교사 루위안웨이(29)는 ‘평화로운 동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바람직한 역사교육’을 묻는 질문에 한동안 생각에 잠긴 뒤 입을 열었다.

루 교사는 “바람직한 역사교육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외우게 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정의감과 인문소양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역사를 보는 ‘역지사지’의 정신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역사교과서에서 한국의 비중은 매우 낮다. 중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세계역사>(인민교육출판사)의 한국 관련 서술은 ‘고대조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쪽글 하나가 유일하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중국 역사를 중심에 놓고 가르쳐왔습니다. 또 아무래도 중국과 일본은 지난 세기 치열한 전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기술이 한국보다 많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도 중국에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됐으니 한국에 대한 기술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2005년 한·중·일 3개국 학자들이 함께 펴낸 <미래를 여는 역사>를 통해 일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은 3국의 학자들이 같이 만든 책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관점이 많이 담겨 있다. 이렇게 서로 공유하려는 노력을 통해 3국이 유익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동아시아 세 나라는 지난 시간 동안 서로 교류하고 갈등해왔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부분을 배우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죠. 한국에서도 아이들에게 난징대학살을 자세히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중국도 한국처럼 일본에게서 많은 피해를 받았잖아요.” 미나미보소/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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