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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사람] “자퇴선언은 대학 3년 고민의 결과물”

등록 2010-04-14 20:45수정 2010-04-15 09:08

김예슬(24)씨
김예슬(24)씨
‘대학 거부 대자보’를 책으로 낸 고려대 자퇴생 김예슬씨
“치기어린 행동 아니다…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

3월10일. ‘눈 내리던 어느 봄날’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24·사진)씨는 대학 캠퍼스에 ‘오늘, 저는 대학을 거부합니다’라고 시작하는 긴 대자보를 붙였다.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쓸모 없는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대학을 버린다는 한 젊은이의 선언에 한국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깊은 공감을 쏟아내는 젊은이들의 격렬한 반응이 이어졌고, 스스로 진보적 지식인임을 자부하던 많은 이들이 ‘부끄럽다’는 자조어린 탄식을 쏟아냈다.

 그 후로 한달. 김씨는 대자보에 다 담지 못한 사연들을 모아 새책 <김예슬 선언-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느린걸음)를 냈다. 그는 “저의 선언이 한 젊은이의 치기 어린 행동이 아니라 3년 내내 고민해왔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부끄럽지만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자격증 장사 브로커’로 전락한 대학에서 ‘거짓 희망에 맞서 저항하자’는 결론을 내리기까지 스물 넷 젊은이가 헤쳐왔던 고민들이 오롯이 정리돼 있다.

 2004학번인 김씨가 이 시대의 대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계기는 2학년 때 맞닥뜨린 삼성 때문이었다. “그해 5월 이건희 삼성회장이 100주년 기념관(삼성관) 건립비를 기부한 대가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으러 학교에 왔거든요. 그걸 반대하던 학생들이 출교 조처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학교에서는 뭐가 옳고, 뭐가 그른가보다 ‘좋은 건물 하나 세워졌으면 된 거다’라는 생각이 많았죠. 이 회장이 천재 10만명이 전 국민을 먹여 살린다는 말을 했는데, 그럼 ‘나는 뭔가’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김씨는 “이후 대학과 사회가 제시하는 모습에 따라 이렇게 떠밀려가도 되는가 회의가 들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김씨는 휴학을 결심했다. 때마침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지향하며 2001년 9월 문을 연 나눔문화라는 모임을 알게 됐다. 김씨는 대학 나눔문화 활동하며 ‘삼성 바로세우기 캠페인’, ‘전쟁반대 평화행동’ 등의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대학 안에서 문제를 고민하고 풀 수는 없냐고 물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은 ‘공짜는 없다’는 사실 뿐이예요. 안정된 직장을 얻고 돈을 벌려면 내 젊음과 청춘, 삶과 영혼을 바쳐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줬어요. 그치만 내가 88만원이 아닌 188만원을 받는다고 해서 대학과 자본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김씨는 앞으로 대학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나눔문화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그가 말한 대학과 거대자본이라는 ‘거대한 적’들과 싸워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그의 선언에도 ‘대학은 굼뜬 공룡처럼 좀 처럼 기척이 없’(한정숙 서울대 교수)고, 자본의 성채는 여전히 높고 가파르다. 그는 “조금씩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사회를 바꿀 근본적인 고민을 해나갈 것”이라며 “대자보에 썼듯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웃었다.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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