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하 망령’으로 분장한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 근처 한강시민공원에서 정부가 최근 여의도에 ‘서울항’이라는 국제무역항을 세우기로 결정한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삽을 들고 물고기 조각상을 둘러싸는 행위극을 펼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중국까지 20~30시간 걸리고 수요 예측도 과장
바닥 준설…조류 등 생태계·습지 훼손 가능성
바닥 준설…조류 등 생태계·습지 훼손 가능성
정부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를 무역항 부지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항만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데 대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항공기로 2~3시간 걸리는 중국까지 20~30시간 배를 타고 갈 이용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무역항 건설은 생태·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25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항만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은 한강운하(서해비단뱃길)에 65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여의도 둔치와 그 앞 수역을 무역항(서울항)으로 지정하고,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를 통해 서울이 수상관광도시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시가 이미 추진해온 한강운하 사업에 대한 법률적 뒷받침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고도 “지방선거에서 정치적 논란이 될 것 같다”는 이유로 이 사실의 공표를 지방선거 뒤로 미뤄놨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서울 한강과 ‘경인운하’(인천 앞바다~김포)를 연결하는 15㎞ 길이의 한강운하(김포~여의도·용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한강에 최대 50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도록 2012년까지 여의도에 연안터미널을, 2016년까지 용산에 국제·연안터미널을 짓겠다는 내용이다.
한강을 내륙 항구로 만들겠다는 계획에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경부운하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문제점이 따른다. 먼저 경제적 타당성이다. 서울 여의도·용산에서 출발한 국제여객선이 중국의 웨이하이에 도착하는 데는 최소 20시간, 톈진에 도착하는 데는 30시간이 걸린다. 현재 서울에서 인천까지는 지하철로 1시간, 인천공항에서 베이징까지는 항공기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임석민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5만t급 이상인 국제 크루즈의 10분의 1 수준인 5000~6500t급 배를 타고 어느 누가 20시간이 넘는 여행을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더욱이 서울시의 한강운하 수요 예측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세 차례 수요 예측에서 2030년 기준으로 국제여객선 이용자가 하루 1153~2192명이며, 편익도 30년 동안 2조3176억원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는 2006년 수상택시를 도입하면서도 이용객을 하루 1만9500명으로 예측했으나, 2009년까지 하루 평균 119명이 이용하는 데 그쳤다. 환경단체에서는 이 사업이 수요가 과장된 예산낭비성 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강운하가 건설되면 생태·환경도 크게 훼손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한강운하 사업 대상지에 사는 곤충 484종, 조류 108종, 어류 61종, 포유류 13종 등 다양한 생물종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6500t급 배가 상시로 운항되면 한강 곳곳에 형성된 밤섬, 강서습지, 장항습지 등도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6500t급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한강 바닥을 6m 이상 깊이로 파내야 한다”며 “이러면 수질오염은 물론 생물 서식지와 습지 파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천석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사업기획단장은 “한강 너비 800~1000m 가운데 배가 다니도록 준설하는 너비는 100m 정도”라며 “지난해 말 환경영향 평가를 해본 결과, 수질오염과 생태계 파괴의 악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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