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때 논란을 빚은 선관위 조처들
시민단체 찬반활동·트위터 등 과잉금지 부작용
돈줄은 죄고 선거운동 간섭·규제 철폐 나서야
돈줄은 죄고 선거운동 간섭·규제 철폐 나서야
6·2 지방선거를 계기로, 정보·통신의 급격한 발전과 시민 정치권 확대 등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이하 선거법)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양승태)는 이번 지방선거 기간 동안 ‘선거법 준수’를 이유로 트위터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 등을 제약했다. 또 4대강 사업과 친환경 무상급식 등을 ‘선거쟁점’으로 규정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의 찬반 활동을 금지해, 정치 참여를 막는 ‘위헌적인 조처’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금권·관권 선거가 판치던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선거법의 규제·금지 조항이 지금도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 선거법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수십개의 강력한 금지·제재 조항으로 이뤄져 있다. 5명 이상이 선거운동을 위해 같은 모자와 티셔츠를 입고 걸어도(105조), 후보자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마스코트 인형을 사용하거나 애드벌룬을 띄워도(90조) 법 위반이다. 심지어는 선거운동에 쓰이는 어깨띠의 모양과 착용 방법, 유세차량의 숫자, 후보자의 명함 크기(길이 9㎝, 너비 5㎝)까지 꼬치꼬치 문제삼고 있다.
김종철 연세대 교수(헌법학)는 “금권·관권 선거 시절에는 이런 조항들이 제기능을 했겠지만, 인터넷을 통해 돈 안 드는 선거가 가능해지고 시민 의식이 성숙해진 요즘에는 거의 필요가 없어졌다”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하는 선거법에 모호하고 불필요한 규정이 많아 거꾸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으로는 선거법의 주요 규제조항 서두에 등장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라는 표현이 꼽힌다. 선거법은 선거 6개월 전부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광고·벽보·인쇄물을 배부·게시할 수 없고(93조1항), 현수막을 걸 수도(90조), 집회를 열 수도(103조), 서명운동을 진행할 수도(107조) 없다고 못박아 놓았다.
그동안 법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찬반 활동으로 한정했지만,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선 4대강 등 사회 현안에 대한 찬반으로까지 확대해석했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헌법학)는 “이렇게 되면 선거 6개월 전부터 시민들은 중요한 사회 현안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며 “국가가 어떤 현안이 선거쟁점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시민들의 입을 막겠다는 매우 위헌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참여연대 등은 선거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고쳐야 한다며, 조만간 공개 세미나 등을 열기로 했다. 조성대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장(한신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은 “선관위에 자기반성과 혁신을 요구함과 동시에,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하면서도 공정한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의 큰 방향은 선거자금 등 돈줄은 강하게 죄고, 선거운동과 관련한 간섭과 규제는 대폭 철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2월 ‘인터넷상에서의 의사표현 행위는 선거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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