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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선인 유골 고국 보내는게 도리…추도비 건립 추진”

등록 2010-08-11 21:48수정 2010-08-11 21:52

미즈구치 고이치(75)
미즈구치 고이치(75)
[2010 특별기획 성찰과 도전] 경술국치 100년 새로운 100년
실행위 공동대표 미즈구치 고이치

사루후쓰무라의 아사지노 자치회 회장을 맡고 있는 미즈구치 고이치(75·사진)는 평생 목수 등 토건업에 종사해왔다. 지금도 현지에서 미즈구치공무점이란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21살 때 친지를 따라 이곳에 이주해 온 미즈구치에게 2005년 시민단체인 ‘홋카이도 포럼’ 관계자들의 방문은 인생의 새로운 전기가 됐다. 낯선 사람들이 갑자기 수십년 전 얘기를 꺼냈다. 전쟁 기간 비행장 건설을 위해 끌려왔던 조선인 희생자들의 유골이 그냥 버려져 있다는 증언이 있으니 도와달라는 거였다.

묘한 일이 한 달 전에도 있었다. 아사지노 교류센터(공회당) 앞으로 오쿠야마라는 한 일본인이 편지를 보냈다. 그는 도쿄의 한 고령자주택에서 단신으로 살고 있는 재일동포 2세를 돌보면서 구술하는 것을 정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에는 평범한 삶을 산 서민을 인터뷰해 일대기를 써주는 자원봉사자협회가 있다. 어렸을 때 왓카나이에 산 적이 있다는 재일동포 노인은 자신의 부모가 아사지노 비행장 건설 당시 노무자 숙식소를 운영했다며 그 시절 얘기를 많이 한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왕 일대기를 쓰려면 정확한 내용을 담고 싶으니 당시의 사진이나 지도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미즈구치는 마을 노인들에게 확인한 뒤 비행장 터가 초지로 바뀌어 분간을 할 수 없다는 답신과 함께 현재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냈다.

두 가지 일이 겹치면서 옛 기억이 하나둘 되살아났다. 젊었을 때 공동묘지 터를 지나면서 조선인들은 그냥 내버려뒀다는 얘기를 들은 게 생각났다. 신쇼사라는 절의 납골당이 낡아서 새로 짓는 공사를 맡았을 때 주지로부터 조선인 무연고 유골 얘기를 들은 것도 떠올랐다.

유골이 있다면 찾아내서 고향에 돌려주는 것이 도리이고, 상공회의소의 젊은층도 가능한 한 돕자고 해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미즈구치는 자치회장이고 나이도 많아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지역의 미묘한 정서를 조정하면서 5년간 발굴작업을 헌신적으로 지원했다.

지역 주민들이 별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작업에 협력하게 된 배경을 묻자 그는 딱 꼬집어서 얘기할 것이 없다고 하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6년 1차 발굴 때 한국인 유족이 와서 경찰에 강제로 끌려가던 부친의 다리를 잡고 울던 기억이 있다고 증언했다. 미즈구치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처지는 다르지만 그의 부친도 전쟁의 희생자였다. 타고 있던 수송선이 필리핀 앞바다에서 어뢰에 맞아 침몰하는 바람에 실종됐다. 그래서 유골·유품 등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그가 10살 때였다.

발굴작업은 올해로 일단 마무리됐다. 그는 이제까지의 경과를 정리해 발굴현장에 추도비를 세우는 일을 추진할 생각이다.

김효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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