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46용사유족협의회 한 회원이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 대리정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유가족 비하 발언에 대한 회의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족협의회는 조 내정자의 공식사과, 경찰청장 사퇴를 요구했고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과격한 진압 방침 등 강연내용 전문 공개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느냐
여름엔 최루약 섞으면 겨울 못잖은 효과”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느냐
여름엔 최루약 섞으면 겨울 못잖은 효과”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천안한 유족에 대한 폄훼 발언 말고도, 정부 비판세력을 ‘법질서 파괴세력’으로 간주하고 과격한 진압 방침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18일 청와대 앞에서 조 후보자 임명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본격적인 저지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16일 전문이 공개된 조 후보자의 지난 3월31일 강연 내용을 보면, 조 후보자는 “집회·시위 관리할 때 시위대와 경찰이 직접 붙어선 안 된다”며 “폴리스 라인을 넘어올 경우에는 (시민들을 밀어내기 위해) 물포를 바로 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물포는 11~3월까지, 요즘 기온 같아서는 4월까지도 굉장히 큰 효력을 발휘한다”며 “여름철이 되고 그러면 물포에 최루액을 섞어서 쏘면 겨울철 못지 않은 효과도 낼 수도 있다.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는 미국과 우리의 치안 상황을 비교하며 “미국 경찰은 집회·시위 현장에 가서 폴리스 라인 치고 기다리다가 라인 넘으면 인정사정없이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해 제압을 하고, 죽창으로 공격하면 총으로 쏴버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비판세력을 ‘법질서 파괴세력’으로 몰아붙이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조 후보자는 “불법폭력 시위를 기획하고 이끌어나가는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런 사람들은 정치, 경제 등 온갖 이슈를 불문하고 반미·반정부 활동에 도움이 된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질서 파괴세력이 활동한 예로 △2008년 촛불집회 △천안함 침몰에 대한 의혹제기 등을 들며 “이 세력의 일부가 11월6일부터 13일까지 1주일 동안을 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투쟁기간으로 설정해 놓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또 ”(법질서 파괴세력에는) 야당 일부 정치인과 무정부주의자들도 끼어 있다”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은 “조 후보자 같은 균형감각을 상실한 인사가 전 국민의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총수가 되선 안 된다”며,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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