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화해를 위해 옛 고겐사 근처에 세워진 소원의 상. 부녀 조각가의 손으로 완성됐다.
[2010 특별기획 성찰과 도전]
③ 동아시아 시민운동으로
③ 동아시아 시민운동으로
슈마리나이에 ‘극과 극’ 추도시설
슈마리나이에는 대비가 되는 추도시설들이 있다. 하나는 댐 옆에 있는 ‘순직자 위령탑’이다. 우류전력회사 사장 아다치 다다시(1883~1973)가 삼가 썼다고 새겨진 것 말고는 아무 설명이 없다. 우류전력은 대기업인 오지제지의 자회사다. 댐 건설을 하청기업에 맡겼다가 공정이 부진하자 별도 회사를 만든 것이다. 아다치는 오지제지 사장과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재계의 거물이다.
위령탑은 원래 공사 때 세운 조교의 잔재다. 우류천 양쪽에 교각을 세워 소형 화차로 자재를 운반했다. 당시 이 지역에 근무했던 순사의 증언에 따르면 희생자가 많이 나와 회사 쪽에 위령비라도 세우라고 했더니 돈이 없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남아 있는 공사 구조물이라도 쓰면 어떻겠느냐고 말을 건넸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이 위령탑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은 이들은 1991년 10월 ‘소원의 상(像)’이라는 추도시설을 세웠다. 홋카이도의 유명한 조각가 혼다 메이지가 스케치만 남기고 타계하는 바람에 딸이 작품을 완성했다. ‘생명의 존엄을 깨달아 민족 화해와 우호를 바라는 상’ 건립위원회 명의로 된 비문에는 “많은 노동자들의 통곡과 타국에 강제연행된 사람들의 분노와 슬픔을 접한 우리들은 두번 다시 이런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새겨져 있다.
이 상은 호수 인근의 전망대에 세우려고 했으나 댐을 관리하는 홋카이도전력, 호로카나이정(町) 사무소 등이 난색을 표시하는 바람에 고겐사 본당에 2년간 보관됐다. 사정을 들은 절의 한 신도가 그들에게 구차하게 얘기하지 말고 자신의 땅에 세우라고 사유지를 내놓아 현재의 자리에 들어섰다. 김효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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