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3개 자사고 학생 조사
15%는 “월 사교육비 50만원 이상”
학업경쟁 극심해 사교육비 지출 커
“개혁모델 구상 전략적 실패” 지적
15%는 “월 사교육비 50만원 이상”
학업경쟁 극심해 사교육비 지출 커
“개혁모델 구상 전략적 실패” 지적
서울 지역 13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학생들의 부모 직업과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실의 실태조사 결과는 그동안 교육운동 단체들이 지적해온 대로 자사고가 ‘교육의 계층화’를 부추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올해 문을 연 자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첫 전수조사다.
먼저 자사고 학생의 학부모 직업을 학교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일부 학교의 계층 양극화 경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 자사고의 경우, 1학년생 가운데 아버지가 전문직 등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는 학생 비율이 31.5%로, 일반고 시절에 입학한 2학년생(12.3%)에 견줘 2.5배가량 늘어난 반면, 비숙련 노동자 등 저소득 직종 종사자 자녀 비율은 30.5%에서 18.3%로 대폭 줄었다. 다른 자사고에서도 2학년(9.3%)에 견줘 1학년(21.1%)의 고소득층 자녀 비율이 크게 늘었다.
자사고 전체 신입생 4753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자녀 등 저소득층을 뽑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716명을 뺀 4037명의 일반전형 합격생만 놓고 보면, 고소득층 자녀 비율은 29.6%에 이른다.
특히 자사고는 1학년 때부터 상당히 강도높은 국·영·수 과정을 운영하며 선행학습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어,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을 받지 못한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학생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권 의원실의 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 가운데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비율도 1학년이 76.3%에 이르러, 2학년(68.6%)보다 7.7%포인트 높았다. 주로 고액이 지출되는 개인과외와 그룹과외를 하는 학생도 1학년(22.9%)이 2학년(19.6%)보다 많았다. 또 비교적 저렴한 ‘유료 인터넷이나 통신’ 등을 이용한 사교육 참여 학생도 2학년(13.2%)보다 1학년(18.3%)이 많았다. 선행학습 등으로 성적 경쟁이 심화하면서 저소득층 자녀의 인터넷 강의 수강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 김성천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등록금이 일반고보다 3배가량 비싼 자사고가 생기면서, 학교 간 양극화와 학교 내 학생 간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결국 자사고로 학교 개혁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은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질 좋은 학교’를 늘려 외국어고 입시에 막대한 사교육비를 쏟아붓지 않도록 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설립 취지는 빛이 바랜 반면, 상위 계층 학생들을 위한 ‘입시명문학교’만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최민선 연구원은 “영재고·특수목적고·자사고 등의 비율이 지난 정부까지는 일반계 고교의 7% 수준에 불과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꾸준히 늘어 애초 계획대로 자사고를 100개 지정할 경우 13.6%가 될 것”이라며 “경쟁이 확대되면서 사교육비도 늘고, 학생들의 고교 진학이 부모의 소득에 좌우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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