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3월3일 언론을 통해 공군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문제점을 공개한 조주형 공군 항공사업단 고등훈련기 사업처장은 필자의 매제이기도 하다.(왼쪽) 이어 3월13일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인 문옥면씨가 체포된 조 대령의 음성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울먹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정현-길 위의 신부 73
2002년 3월3일 공군 항공사업단 고등훈련기 사업처장인 조주형 대령(공사 23기)의 양심선언이 언론에 터져나왔다. 조 대령은 ‘국방부에서 전화나 사람을 통해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 특정 기종의 선정을 강요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F-15K’가 아니면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에 기무사는 3월4일 FX 사업 참여업체 긴급 보안감사를 실시하고 다음날 조 대령을 강제송환해 조사했다. 10일에는 한 전투비행단의 김아무개 소령이 전화로 ‘관련 장교들 회식 자리에서 F-15를 홍보했다’는 것과 ‘10년 전 공군에서 F-18을 구입해 달라고 할 때는 구형이던 F-16을 사들이더니, 지금은 다시 구형이 된 F-15를 차세대 전투기라고 도입하려는 우스운 일이 거듭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조 대령의 양심선언 이후 3월6일부터 시민사회단체(민주노동당·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사회당·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주최로 서울 용산 국방부 민원실 앞에서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 중단, 국방부 압력 행사 규탄, F-15K 전투기 도입 반대’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조 대령은 사실 나의 매제다. 셋째 동생인 문옥면의 남편이다. 옥면은 원래 수녀회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학을 마친 뒤 어떻게 인연이 되어서 혼사가 오가더니 결혼을 했다. 나는 여동생 남편감이 군에 있는 사람이라니 ‘소문난 운동가’인 오빠들 때문에 혹시 장애가 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공군 조종사는 결혼할 상대자를 보안대에서 신원조회를 하는데 조 대령은 신원조회가 끝나기 전에 서둘러 결혼을 해버린 것이었다. 결혼 뒤에도 혹시 진급에 장애가 있거나 하면 ‘우리 때문 아닌가’ 하고 불평도 나올 법한데, 그런 말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린 서로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 명절에 다 같이 모여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나는 조 대령이 기무사로 연행된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국가기밀누설죄로 구속됐다는 소식을 듣고 면회를 갔다. 그제야 그가 FX 사업에서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나야 2000년대부터 반미투쟁을 해왔기에 ‘반미사제’로 이름이 난 터였고, 또 그는 그대로 중요한 군수사업을 맡고 있었던 까닭에 서로 껄끄러워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면회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그는 참 순진한 사람이었다. 진급에 연연하지 않았고 국가관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언론에 FX 사업에 대해 제보를 한 것도 그가 아니라 누군가가 언론에 ‘라팔이 좋다’고 양심적 제보를 한 뒤, 언론에서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해서 그 사실을 묻자 시인을 해준 것뿐이었다.
조 대령은 결국 3월9일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구속됐다. 또 조사 과정에서 FX 사업이 진행되던 2001년 1월부터 9월까지 라팔사의 사업 파트너인 이아무개씨로부터 100만~200만원씩 7차례에 걸쳐 모두 1100만원을 받았다며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됐다. 7월10일 징역 1년6개월 형을 선고받은 그는 즉각 항소를 했다.
조 대령 변호인단의 이덕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수조원이 들어가는 전투기 도입 사업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하도록 사업을 추진하려는 국방부의 잘못된 정책을 폭로한 양심선언”이라며 “5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자신을 동생처럼 아끼던 선배로부터 용돈을 받은 것을 부각시켜 본질을 흐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조 대령이 용돈 형식으로라도 돈을 받은 것은 잘못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에게 돈을 주었다는 이아무개씨는 평소 가족끼리 친하게 지내던 지인이었다. 그 돈을 받은 사실도 조 대령이 직접 말하지 않았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텐데 자기가 먼저 털어놓은 것이었다. 그는 선배가 주는 100만원 뭉치를 뿌리치지 못한 것을 후회하며 뒤늦게 통곡했다.
공군 장성들은 퇴역한 뒤 무기회사의 중개인으로 일하는 사례가 많았고, 이씨도 제대 뒤 라팔사를 위해 일을 한 것이다. 이씨는 법정에서 라팔사 기종으로 구입 결정이 나면 얼마를 받느냐고 묻자 무려 90억원이라고 답했다. 재판장도 놀랐다. 조 대령은 항소해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2004년 2월 최종심에서는 다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술정리/김중미 작가
문정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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