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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절대 안사 미제 비행기” 집회 때마다 노래 / 문정현

등록 2010-09-09 18:33

2002년 3월 매제이기도 한 조주형 공군 대령의 양심선언 이후 필자는 구속 항의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내내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그해 한 집회에서 필자가 윤석민씨가 개사한 ‘종이비행기’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02년 3월 매제이기도 한 조주형 공군 대령의 양심선언 이후 필자는 구속 항의와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내내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여했다. 그해 한 집회에서 필자가 윤석민씨가 개사한 ‘종이비행기’ 노래를 부르고 있다.
문정현-길 위의 신부 74
차세대 전투기(FX사업) 선정 과정에서 공군은 나름대로 고충이 많았다. 전투기를 직접 운용하는 공군이 정작 배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정 기준에도 시장논리나 경쟁논리는 완전히 사라지고 로비와 압력이라는 정치논리가 판을 치고 있었다. 국방부는 전투기 도입 결정에서 우선해야 할 종합적인 국가이익과 미래 항공의 발전 잠재력을 최대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사항을 무시하고 있었다.

우리 군 수뇌부나 정치인들은 차기 전투기나 이지스함처럼 규모가 큰 무기들을 미국에서 수입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또 미국은 미국대로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자국의 전투기를 홍보하며 압력을 넣었다. 2001년 12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등 양국간 모든 안보라인, 모든 대화의 장이 F-15를 위한 세일즈 자리로 변질되고 있었다. 미국은 한-미 군사공조가 정보의 공조, 정책의 공조,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이라고 주장하고, 한국의 국방부 역시 그것에 동조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최신 장비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현대 무기의 핵심을 이루는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이전은 절대 회피했다. 특히 정보와 관련된 전자전 장비와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지원에 의지하도록 만들어놓았다. 그 바람에 공군에서는 그동안 미국에서 구입한 장비를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막대한 소프트웨어 유지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한국을 미국 무기 기술 종속 상태로 묶어놓고 있는데도 국방부나 정치인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주형 대령은 공군시험평가단의 부단장으로서 한국 공군의 미래를 ‘차세대 전투기 기술 확보’에 있다고 보고 양심적 평가를 해 친미파 군 수뇌부에게 미운털이 박혀 징역살이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F-15기를 도입했을 때 기술 이전을 30%만 해준다고 한 반면, 프랑스 라팔사에서는 80%를 약속했다. 기술 이전이 되면 전투기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응용할 수 있다. 조 대령은 모든 산업분야에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어 라팔 쪽이 국익에 큰 도움이 되고 성능면에서도 절대 뒤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한 것이다.

조 대령은 자신의 사건을 통해 국방부 전력증강 사업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구속되면서 FX사업 전반에 대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감시가 이뤄지면서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유리하게 되었고, 평가 단계도 간소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발사업’이 우리 군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믿었다. 그는 엄청난 예산을 들여 국산 전투기를 생산해 수출하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축적해 한국형 전투기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한국이 전쟁 유발이 아닌 전쟁 억지에 목적을 둔다면 F-15 전투기처럼 폭탄을 많이 실은 공격형 비행기보다 방어를 잘할 수 있는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그는 보았다. 그는 우리가 기술을 개량한 T-50의 성능을 높여 스웨덴의 그리펜 기종처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령은 장성 진급을 코앞에 두고 그런 큰일을 겪어 좌절해야 했지만 한번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충북 진천에서 농사도 짓고 친환경 자재 관련 사업을 하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
그때 작곡가 윤민석이 조주형 대령 사건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다. 동요에다 가사를 붙인 것이다. “전투기를 사라 한다 미국 놈들이, F-15 사가지고 폼을 재란다, 너 같으면 사고 싶냐 고철 덩어리,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우리에겐 필요 없다 전쟁무기는, 우리 민족 힘을 합쳐 통일할 거다, 통일하면 온갖 무기 모두 녹여서, 맛난 엿 바꿔 먹을 거다.(엿 먹을래?) 안 사 안 사 비행기 F-15 비행기, 절대 안 사 비행기 미제 비행기”, 이런 노래다. 나는 집회나 시위 때마다 이 노래를 불렀다. 가락은 쉽지만 가사가 입에서 술술 나오지 않아 밤낮으로 가사를 외웠다. 내가 노래를 하면 사람들은 수염이 하얗게 난 신부가 한손에 지팡이를 치켜올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열창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배꼽을 잡고 웃는다. 그러나 난 행여 가사가 뒤엉킬까봐 잔뜩 긴장을 하고 노래를 한다.

구술정리/김중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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