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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길을찾아서] 군기지 반대! 평화·생명 꽃피운 라르자크에 가다 / 문정현

등록 2010-10-04 10:27수정 2010-10-04 10:30

2005년 8월 유럽 초청 견학에 나선 평화바람과 평택 대추리 주민 대표들이 10년간 투쟁으로 나토의 미군기지 건설을 막아낸 프랑스의 라르자크 마을을 방문했다. 맨 왼쪽 김택균 팽성대책위 사무국장, 세 사람 건너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 대추리 주민 조인순씨, 한 사람 건너 필자, 평화바람 활동가 오두희, 조현지씨.
2005년 8월 유럽 초청 견학에 나선 평화바람과 평택 대추리 주민 대표들이 10년간 투쟁으로 나토의 미군기지 건설을 막아낸 프랑스의 라르자크 마을을 방문했다. 맨 왼쪽 김택균 팽성대책위 사무국장, 세 사람 건너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 대추리 주민 조인순씨, 한 사람 건너 필자, 평화바람 활동가 오두희, 조현지씨.
문정현-길 위의 신부 87
그동안의 노력 덕분인지, 2005년 7월10일 평택 평화대행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제주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주민들까지 와서 대추초등학교가 넘칠 정도였다. 참가자들 중에는 가족, 생명평화단체, 개인들이 섞여 있었고 운동권도 참여했다.

그런데 행진 도중 일부 단체에서 미군기지의 철조망을 거둬내기 시작했다. 나는 경찰에 빌미를 주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속이 탔지만 그 많은 참여자들의 행동을 일일이 막을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은 그걸 빌미로 기물 파손 운운하며 평화대행진을 폭력 행사로 몰아갔다. 또 한편에서는 전투경찰을 지휘하는 간부가 “어이, 시위대, 이제 돌아가, 여러분 팰 병력도 없어”라고 방송을 할 만큼 강제진압을 했다. 아마도 우리 평택 범대위가 참가자를 일일이 통제했다 하더라도 경찰은 행사를 방해하고 폭력 시위로 몰고 갔을 것이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모이다 보면 주최 쪽에서 통제할 수 없는 흥분된 행동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평화로웠던 집회가 프락치들에 의해 오히려 폭력적으로 되는 사례도 일어났다. 그때 경기도 경찰청장이었던 사람이 훗날 임기 중에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이 대추리 문제였다고 말할 만큼 대추리에서 경찰은 철저하게 미국의 편이었다.

그 때문에 대행진 이후 진보적인 운동권 안에서도 갈등이 생겼다. 평택 범대위에 들어와 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황새울에서 함께 농사를 지으며 대추리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이 그날 행사의 폭력성을 우려하며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 뒤 나는 대행진의 불상사를 막지 못한 사실보다도 그들 생명평화단체를 설득해 끝까지 함께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을 후회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내가 나서서 막았다 해도 그들이 대추리에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행진이 끝난 뒤 나는 대추리 주민들과 프랑스 라르자크를 방문했다. 우리가 그곳에 가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프랑스 주교회의 산하 인성회(CCFD)에서 일하는 리디아가 동아시아 담당자로 한국에 온 길에 나를 만나러 대추리 촛불 행사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한 인권운동가가 내게 제안을 했다. “대추리 주민과 활동가들이 라르자크를 가서 보는 게 어떻겠어요? 라르자크의 10년간 투쟁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한-미 동맹처럼 서유럽에도 미국과의 나토 동맹이 있어서 독일과 이탈리아에도 미군이 주둔해 있습니다. 라르자크에서 군사기지 건설에 반대한 현장을 보고 독일과 이탈리아의 미군기지를 보는 게 대추리 투쟁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와 오두희·조현지, 팽성 대책위 사무국장 김택균, 김지태 위원장의 부인인 조인순, 이렇게 5명이 초청을 받아 견학을 떠났다. 일정은 그해 8월24일부터 9월9일까지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
라르자크의 땅은 1만5천㏊가 될 만큼 넓었지만 온통 자갈밭이라 농사보다는 양을 치는 데 알맞아 보였다. 1970년 프랑스 정부는 그 땅을 군사기지로 바꾸겠다고 발표했다. 그 뒤 라르자크 주민들은 10년간 반군사기지 운동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전 유럽지역에서 예술인을 비롯한 평화운동가들이 라르자크로 들어와 긴 싸움을 함께 했다. 결국 미테랑 대통령이 군사기지 설치 계획을 포기하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라르자크 반군사기지 운동은 조제 보베라는 세계적인 농민 운동가를 만들어 냈다. 그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로 22살 때 라르자크에 들어가 반군사기지 운동을 했다. 그 뒤에도 그는 이곳에 살면서 소농 중심, 유전자조작(GMO) 반대운동 등 신자유주의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98년에는 프랑스에서 유전자조작 작물 재배 자체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성과도 거뒀다.

우리가 견학한 당시 라르자크에는 다양한 평화·생명공동체들이 형성되어 있었다. 군사기지 반대운동을 하며 모인 예술인와 활동가들이 계속 그곳에 살면서 평화운동과 유기농산물 협동조합을 만들고 유전자 조작 반대, 반핵 운동을 하고 있었다.

구술정리/김중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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