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황새울 작전’에 마을 초토화…청와대 앞에 앉다

등록 2010-10-06 10:07

2006년 5월4일 새벽 용역과 전투경찰 등 1만2000명을 투입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 시작되자 평택 대추초교에 모인 주민과 평화바람 활동가 등 지킴이 1000여명이 정부의 철거집행에 맞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2006년 5월4일 새벽 용역과 전투경찰 등 1만2000명을 투입한 ‘여명의 황새울 작전’이 시작되자 평택 대추초교에 모인 주민과 평화바람 활동가 등 지킴이 1000여명이 정부의 철거집행에 맞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문정현-길 위의 신부 89
2005년 12월11일, 2차 평택 평화대행진이 열렸다. 프랑스 라르자크의 조제 보베, 남미의 국제농민단체인 비아캄페시나 회원, 일본 오키나와의 평화운동가들이 대추리를 방문해 함께 연설을 했다. 이어 대추리 범대위는 2006년 1월2일부터 2주 동안 전국 트랙터 순례를 했다. 그때 구호는 ‘올해도 농사짓고 내년에도 농사짓자’였다. 그래서 3월 논에 직파를 할 때 전국농민회에서 트랙터를 가지고 와서 함께 논갈이를 하고 발대식을 했다. 범대위와 <한겨레21>은 1월16일부터 ‘평택 평화의 땅 1평 지키기’ 모금운동을 펼쳐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끝내 치졸했다. 2006년 4월까지 몇 번이나 대추초교에 대해 강제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5월4일 들어오겠다는 통보를 했다. 마을 주민들의 피와 땀,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아이들의 학교를 기어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점유하겠다니 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은 초긴장을 했다. 그래서 전국 곳곳에 대추리를 지키러 와달라는 도움의 문자메시지를 전하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도 대기했다. 모두 다 초조한 마음으로 밤을 새우고, 신부들은 대추초교 지붕 위에 올라가서 살피고 있었다. 새벽 5시, 동틀 무렵 포클레인을 앞세운 용역 700여명과 1만2000명이나 되는 전투경찰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그러나 행정대집행을 막기 위해 대추초교에 모인 지킴이들은 1000여명이 전부였다. 헬기가 철조망을 실어 나르고 공병대가 들어와 철조망을 치기 시작했다. 멀리 안성천 쪽에서는 부교를 놓고 온갖 중장비를 동원한 병력이 들어와 초소와 막사를 지었다. 군 병력만 2700명이었다. 국방부 말대로 ‘여명의 황새울 대작전’이었다.

우리 사제들이 지붕 위에서 ‘병력 철수’를 외치는 동안에 대추초교를 지키던 노동자·학생·주민들이 곧 진압당하고 말았다. 비명소리가 들리고 지킴이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교실 밖으로 끌려나왔다. 곤봉과 방패에 맞은 이들이었다. 운동장에서는 대추리 노인들이 통곡을 하며 경찰들의 무자비한 폭력에 항의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특공대는 지붕 위에서 버티던 13명의 사제를 억지로 끌어내리기 위해 사다리차를 동원했다. 나는 끝까지 지붕 위에서 버티려 했으나 연행자들을 석방할 것을 전제로 오후 5시쯤 내려오고 말았다. 한순간에 대추초교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지켜본 노인들이 절치통곡을 하고 까무러졌다. 그날 연행된 사람은 600명이 넘었고, 200여명이 입건되고 40여명이 구속되었다. 부상자만 200명이 넘었다. 그날 저녁 촛불집회는 통곡의 집회였다. 다음날 다시 전투경찰이 마을로 몰려와 군화를 신은 채 집 안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사람들을 체포해 갔다.

그렇게 무력으로 행정대집행을 한 뒤 정부는 대추리를 고립상태로 만들어놓았다. 대추리 어귀를 차단해 들어오려는 사람을 확인하고 주민들조차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게 했다. 사제단 신부들이 월요일마다 미사를 드리러 올 때도 번번이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런 중에도 철조망 너머 황새울 들판에서는 모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그걸 바라보는 농민들의 심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민들은 6월7일로 예정된 정부와의 두번째 대화를 수용하기로 했다. 김지태 위원장이 대화를 위해 6일 평택경찰서로 자진 출석했다. 그런데 경찰은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구속해버렸다. 짓밟은 김에 아주 철저하게 짓밟아버리겠다는 심보였다. 사람들은 허깨비가 된 것 같았다. 노인들은 텅 빈 대추초교를 멍하니 바라보거나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논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촛불집회도 힘이 나질 않았다. 나 역시 평화바람 꽃마차에 들어가 울다가, 경찰서 앞에서 시위를 하다,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까지 대책위를 이끌어온 위원장이 구속되니 주민들의 사기가 더 떨어져버렸다. 더욱이 김 위원장의 연로하신 어머니가 눈물바람을 하는 걸 더는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문정현 신부
문정현 신부
청와대를 철통같이 지키니 관광버스로 위장을 하고 들어가 분수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경찰들은 나를 끌어내려 하고 협박도 했지만 잡아갈 수는 없었다. 그 대신 방문객을 통제해 지지방문을 오는 사람들과 번번이 부딪쳤다. 대추리 노인들은 모판을 가져와 분수대 앞 화단에다 물을 대고 모내기를 했다. 그것은 대추리의 상징이었다. 대추리 논에 심어야 할 모가 청와대 앞에 심어지는 걸 보니 착잡했다.

구술정리/김중미 작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