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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판사 등 공직자도 시민
정치표현 금지 위헌소지

등록 2011-11-29 21:38수정 2011-11-29 22:43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법관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 2월28일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 모습. 대법원 제공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판 글을 올린 것을 계기로 법관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지난 2월28일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 모습. 대법원 제공
헌법에 ‘공무원 정치적 중립’ 보장됐는데도
하위법에 정치활동 금지하는건 위헌 요소
학계 “개인 정치표현 위법없는데 과민반응”
‘판사는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강행처리를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를 대법원이 윤리위원회에 회부한 배경엔 이런 생각이 깔려 있다. 대법원뿐 아니라 이 글을 최초로 보도한 <조선일보> 등 보수성향 언론이 연일 최 판사를 비판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판사 등 공직자는 정치적으로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견해는 공직자의 직무 중립성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한마디로 ‘공무원도 시민이다’라는 게 학계의 확립된 의견이자 세계적인 추세다.

먼저, 공직자의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이다.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 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 난 이날을 잊지 않겠다”는 최 판사의 글을 문제 삼는 쪽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행위는 포괄적인 정치활동에 속하며, 이는 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학계 등 전문가들은 공직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 요소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29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헌법에 보장됐음에도 하위법에서 모든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특히 공직자의 중립성이라는 규정은 직무상 업무집행 방향에서 정당정치를 벗어나 불편부당하게 하라는 요청이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권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공무원법 등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위헌 소송이 제기돼 왔으며, 야당과 공무원 노조 등은 정치기본권 확보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공무원과 교사의 정당 가입이나 후원 등 정치활동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다음 쟁점은 판사의 의사 표현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할 것이냐는 논란이다. 정성화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최근 이와 관련한 논평에서 “남을 심판하는 자는 자기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한다”며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자신이 없다면 법관직을 사퇴하는 것이 차라리 옳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도 29일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처벌하는 판사와 검사는 모든 문제에 있어 교사나 일반 공무원보다 중립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그만큼 신분보장도 잘 돼 있다”며 “페이스북도 사실상 공론의 장으로 봐야 하고 판사가 정치적 중립에 대해 의심이 들 만한 발언을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재규 인제대 법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이 폐쇄적인 공간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판사도 한 시민으로서 표현의 자유가 충분히 허용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며 “유럽 국가들은 법관들의 조직활동이나 파업, 시위 참여도 다 허용하고 있지만 재판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고 말했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도 “최 판사의 글은 개인의 소회를 담은 것이기는 해도 기본적으로 사법주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이라며 “사법부의 구성원으로 이에 대해 의견 표명하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법권 독립의 수호를 규정한 법관윤리강령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 판사의) 금번 페북 글 게시는 국가공무원법상 제한되는 정치운동도, 공직선거법상 제한되는 선거운동도 그리고 법관윤리강령 어디에도 저촉되지 않는 개인적인 정치적 표현 행위일 따름”이라며 “대법원측이 윤리위원회 소집 등으로 과잉 반응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한 부적절한 태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엔이 정한 ‘사법독립에 관한 기본원칙’(국제연합 총회 40회기 결의 40/32. 1985년)도 “법관에게 시민적 자유를 보장하고, 결사의 자유를 인정하며, 정치적 의견에 따라 차별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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