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갈등 확산
경찰청이 ‘검사 고소’ 직접수사 나서자 제동
경찰 “수사 방해 의도”…검찰 “정당한 지휘”
경찰청이 ‘검사 고소’ 직접수사 나서자 제동
경찰 “수사 방해 의도”…검찰 “정당한 지휘”
경남 밀양경찰서 정아무개(30) 경위가 지난 8일 직권남용과 모욕 등의 혐의로 관할 검찰청 박아무개(38) 검사를 고소한 사건을 놓고 검·경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사건을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해당 검사 소환 방침을 밝히는 등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자, 경찰의 강압수사와 ‘기획고소’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던 검찰이 13일 급기야 ‘사건을 관할 지역 경찰서로 넘기라’고 지휘해 경찰청의 직접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
검찰의 이날 ‘이송지휘’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선전포고’에 대한 초강수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문제 있는 검사는 경찰이 잡아들이고, 검찰은 문제 있는 경찰을 잡아들이면 두 조직이 모두 깨끗해지지 않겠느냐”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이에 한 검찰 관계자는 “차원이 다른 분이 특이한 말을 하시는데,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결국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수사를 중단하고 사건을 범죄지·피고소인의 주거지 관할서로 이송하라’는 수사지휘서를 내려보내 경찰청의 수사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뜻밖의 일격을 당한 경찰은 “관행에도 어긋난 이례적인 이송지휘는 결국 경찰청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경찰청 황운하 수사기획관은 기자들과 만나 “서울중앙지검의 관할권이 없다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그동안의 관례처럼 사건 수사는 경찰청에서 계속하되 영장청구 등 수사지휘는 해당 지검에서 받으라고 하면 될 일”이라며 “중앙지검은 관할권이 없을지 몰라도 경찰청은 전국의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검찰청은 2006년 1월1일 검사들의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앞으로 사건 이송 등은 검찰의 지휘 없이 경찰이 알아서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뒤 6년 동안 단 한 건의 사건 이송지휘도 한 적이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경찰청이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소를 해야 하는데,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관할권이 없어 기소를 할 수 없다”며 “관할권이 있는 대구나 밀양 쪽으로 사건을 이송하라는 정당한 지휘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청은 특히 범죄 발생지인 밀양을 관할하는 창원지검이나 피고소인인 박 검사의 주거지인 대구지검의 수사지휘를 받을 경우,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 이송지휘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황 수사기획관은 “애초 정 경위가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이유가 창원지검 밀양지청의 지청장과 전관 변호사, 해당 검사 등이 사건의 수사를 방해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청이 독립적으로 수사해 달라는 뜻이었다”며 “만일 그쪽(창원지검이나 대구지검)의 지휘를 받으면, 국민들이 수사의 공정성을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은 당장 서울중앙지검의 이송지휘를 거부할 경우, 검·경이 국민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흙탕 싸움을 벌인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우려해 즉각적인 대응방침을 밝히지는 않았다. 황 수사기획관은 “내일까지 신중히 관련 사항을 검토한 뒤 중앙지검에 재지휘 요청을 하거나, 경찰청 수사진을 지방경찰청으로 파견해 수사를 계속할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유선희 김정필 기자 duc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어이없는 국민일보 인사…조민제 ‘사장’ 불법이니 ‘회장’?
■ 국가조찬기도회에 시간 허비할 땐가
■ 영국 ‘홈리스 핫스폿’ 서비스 논란
■ 주민·고대녀·나꼼수와 싸우기 바쁜 ‘군’
■ 아내가 건네준 책을 보는 순간 ‘아뿔싸’
■ 어이없는 국민일보 인사…조민제 ‘사장’ 불법이니 ‘회장’?
■ 국가조찬기도회에 시간 허비할 땐가
■ 영국 ‘홈리스 핫스폿’ 서비스 논란
■ 주민·고대녀·나꼼수와 싸우기 바쁜 ‘군’
■ 아내가 건네준 책을 보는 순간 ‘아뿔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