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키워드 놀이
“내가 몸통이다.” 지난 20일 열린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기자회견이 단연 화제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자, 모든 게 본인이 저지른 일일 뿐, ‘윗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변하는 내용이다. 특히 이 비서관이 기자회견 내내 웅변하듯 목소리를 높인 것을 두고 ‘버럭 기자회견’, ‘호통 기자회견’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낮술 먹고 기자회견 한 것 아니냐”며 비아냥댔다. 음성분석 전문가들은 성대 진동평균값을 분석해 거짓말 여부를 가리기도 한다. 사람이 말을 할 때 뇌의 통제를 받는데, 감정상태에 따라 목소리 물결이나 입모양까지 미세하게 달라지는 걸 이용한 기법이다. 음성과 입모양 같은 생체신호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나 앱까지 나온 지 오래다.
‘몸통’. 국어사전엔 사람이나 동물의 몸에서 머리와 팔, 다리, 날개, 꼬리 등 딸린 것을 뺀 부분이라고 풀이돼 있다. 한마디로 안정감, 묵직함, 무게중심이 몸통의 이미지다. 제 스스로 몸통이라며 악을 써대는 몸통은 대체 어느 동네 몸통?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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