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사즉생의 자세로 수사하겠다”며 검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5000만원 관봉 돈다발’ 의미와 수사 방향
포장번호 등 찍힌 돈, 일반인 접하기 어려워
“정부기관 자금 빼돌렸을 가능성도 존재”
류충렬 “직원들 십시일반 모아” 주장 신빙성 잃어
포장번호 등 찍힌 돈, 일반인 접하기 어려워
“정부기관 자금 빼돌렸을 가능성도 존재”
류충렬 “직원들 십시일반 모아” 주장 신빙성 잃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장진수 전 주무관이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한테 받은 5000만원이 ‘관봉’ 형태의 돈뭉치였음이 4일 드러나면서, ‘입막음’ 목적으로 전달된 돈의 조성 방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 흐름 역시 ‘돈의 출처’ 쪽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먼저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장 전 주무관이 받은 돈뭉치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점이 명확해진다. 일련의 지폐번호로 밀봉된 신권 뭉치인 관봉 돈다발은 일반인은 구경하기도 힘든 것이다. 지폐가 발행돼 유통되는 경로를 봤을 때, 조폐공사·한국은행·시중은행 본점에서 직접 받아 나온 것이 아니라면 남아 있기 어려운 형태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은 검찰 수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현금으로 전달된 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유통 경로가 크게 압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공개된 사진을 보면, ‘기호 00272’, ‘포장번호 0404’ 등의 번호가 적혀 있다. 돈이 출고될 때 남긴 고유의 번호로 추정된다. ‘눈먼’ 현금 뭉치에 꼬리표가 달려 있는 셈이다. 특별수사에 밝은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아직 단서가 없어 조심스럽지만, 각 정부기관이 예산으로 잡아두고 있는 상시 지출용 시재금이 빼돌려졌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이러한 추정이 사실로 입증될 경우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나선 것뿐만 아니라, 진실은폐를 위해 국민의 세금을 전용했다면, 정권 차원의 ‘도덕적 파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산 전용 가능성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검찰 입장에서 수사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은 분명하다. 먼저 돈이 조성되는 과정을 추적하다 보면, ‘횡령’, ‘뇌물수수’ 등 새로운 불법행위가 나올 수 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수사 협조’ 여부와 상관없이 ‘윗선’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지름길이 열리는 셈이다.
또 사건 관련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앞서 5000만원을 전달한 류 관리관은 “안타까운 마음에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고 말해왔다. 이 돈을 마련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역시 “장 전 주무관과 일면식도 없으며, 돈을 전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이상, 공격과 수비가 바뀌게 됐다. 장 전 주무관의 주장에 신빙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제 이들은 왜 그와 같이 해명했었는지를 다시 설명해야 하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통상 법원은 거짓 해명을 증거인멸의 또다른 가능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은 이미 압수했던 장 전 주무관의 휴대전화에서 복원한 관봉 사진을 바탕으로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 수사가 구체화되는 대로 류 전 관리관 등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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