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 속 문건 보니
행정안전부가 주는 보조금을 보수단체가 탈 수 있도록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0년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정부의 공익사업 보조금 제도가 정권의 입맛에 맞는 보수단체들의 지원 도구로 활용됐으며, 이 과정에도 지원관실이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유에스비(USB)에서 발견된 ‘2009년 제도개선 대장’을 보면, 2월24일치로 “행정안전부에서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보수단체에 지원할 수 있는 방안 강구”라는 내용이 나온다.
2009년 행안부 비영리민간단체 공익사업 보조금 신청 마감일은 24일의 3일 뒤인 27일인데, 26~27일 이틀 동안 국민행동본부·애국단체총협의회를 비롯한 8개 보수단체가 뒤늦게 행안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했다. 마감 뒤에도 행안부는 3월15일까지 신청 서류 보완기간을 줬고, 따라서 선정사업 결정 발표도 계획됐던 3월15일에서 두차례나 연기돼 5월에야 이뤄졌다. 선정 결과, 뒤늦게 신청한 8개 보수단체 중 4곳이 2800만~5100만원의 보조금을 타냈다.
보수단체들이 지원관실과 행정안전부의 도움으로 보조금을 타낸 정황은 지원관실 점검1팀에서 3월31일 작성한 ‘2009년 3월 월간 정책모니터링 결과’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이 문건에는 행안부가 “과거 비영리민간단체의 지원 보조금이 좌파 단체에 지원되어 촛불집회 등 불법 폭력시위 자금으로 사용되는 문제점을 확인하고, 합리적인 공익심사위원 선정을 통해 실질적인 공익활동에 보조금이 사용될 수 있도록 추진”했다고 평가했다. 또 “2월27일 장아무개 과장은 퇴근도 하지 않고 국민행동본부가 시한 내 지원금 신청을 접수하도록 하는 등 보수단체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중이며, 관련 부처에서 불법시위단체의 보조금 지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을 협조 요청하는 등 열의를 가지고 관련업무 추진중”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이명박 정권 취임 이후 공익사업 보조금 지원이 보수단체에 편중됐다는 지적은 2009년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2009년부터 공익사업 보조금 신청 자격 자체가 △100대 국정과제 △저탄소 녹색성장 △사회통합과 선진화를 지향하는 신국민운동 △일자리 창출 및 4대강 살리기 운동 등에 관련된 사업으로 한정돼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건에 등장한 장아무개 과장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나를 그렇게 평가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쪽과 접촉한 적이 없다”며 “선정 과정에서 총리실이나 상부의 지시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지난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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